[임관수 칼럼] 북한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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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수 칼럼] 북한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잡기
  • 뉴스밴드(편집부)
  • 승인 2013.08.1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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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수 논설위원.
네팬데쓰라는 식충식물이 있다. 꽃처럼 생긴 작은 주머니가 있어서 곤충들이 꽃으로 착각하고 앉으면 주머니 안의 끈끈이로 잡아 먹는다.

네팬데쓰는 꽃이 벌과 나비의 도움으로 수분을 하므로 공생관계라는 고정관념을 거꾸로 활용해서 영양을 얻는다.

요즘 개성공단을 처리하는 북한의 속성이 이 식물과 비슷한 것 같다. 지금 개성공단의 존폐문제가 기로에 서 있다. 이 문제를 이해하는데 금강산 관광의 전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 관광객 박왕자씨가 2008년 7월 11일 금강산에서 100미터 이내의 육안식별이 가능한 상태에서 북한의 초병에게 사살 당했다.

우리나라 관광객인줄 알면서 조준사격을 한 것이다. 이것은 분명히 초병의 재량권 범위를 넘어서 상부의 발사명령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후 북한의 태도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우리측의 최소한의 요구이자 그들로서는 손쉬운 해결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초병의 실수였다면 그들이 재발방지에 반대하지 않았을 것이며, 책임자 처벌을 거부할 이유도 없다. 더 나아가 재발방지 거부는 앞으로도 우리 관광객들을 총으로 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는 사격명령이 상부의 계획된 작전에 의해 최상위층에서 이루어졌음을 시사해주는 것이다. 책임자를 처벌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직책이었을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금강산 관광을 계속할 수는 없다. 금강산 관광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북한이 왜 그랬을까?

금강산 관광시설을 압류해서 본인들이 스스로 운영해서 보다 많은 이익을 남기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잡아 배가르기가 시작된 것이다.

박왕자씨는 북한이 금강산 사업을 직접 운영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에 의한 희생양이었다. 우리가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존중한다는 점을 아킬레스건으로 활용한 북한의 작전은 그들의 입장에서는 성공한 것이다.

개성공단도 마찬가지이다. 수년간 스스로 운영을 하기 위해 기술 등 노 하우를 습득했다고 판단하고 공단을 접수하려는 작전을 짰다. 그 과정이 정전협정 파기 선언이다. 6. 25의 막을 내리게 한 정전협정을 파기한다는 북한의 일방적인 선언은 한반도가 다시 6. 25의 연장선상 즉 전쟁 중임을 선포한 것이다.

이는 선전포고처럼 우리 국민을 놀라게 했으나 주된 목적은 개성공단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빼앗으려는 술책에 불과했다. 전쟁은 적국의 재산과 생명을 빼앗는 것이다.

북한이 정전협정 파기를 선언한 순간 개성공단은 북한 지역에 북한 관할권 내에 있으므로 북한 소유가 된다. 지금 북한에서 약간의 대화 가능성을 보이고 있으나 이는 그들이 개성공단을 직접 운영하는데 일부 문제가 있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임시방편일 것이다.

북한에서 언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르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북한에 가서 사업을 하는 이들이 공장운영에 꼭 필요한 부분을 비장의 무기로 숨겨두었을 것이다.

북한이 이를 확보하기 위해 일단 운영을 고려하고 있을 뿐 개성공단 무료접수, 직접운영의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황금알을 낳는 거위잡기는 이미 시작 됐다.

자본주의 입장에서 서로간의 이익이 되는 이런 사업들을 접는 북한을 이해하기 어렵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자연계에 있는 네팬데쓰라는 식충식물이 존재하는 것도 자연의 섭리임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꽃과 나비가 공생관계가 아니라 적자생존의 투쟁관계에 있을 수 있듯이 우리가 공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북한에서는 약탈의 호재일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호랑이 날고기를 맡긴 격이 됐다.

사실 금강산 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은 처음부터 보다 신중했어야 했다.

요즘 문제가 된 개성공단을 중심으로 살펴보자. 남북이 경제협력을 하려면 북한 땅에 있는 개성이 아니라 남한에 공장을 세우고 북한 근로자를 출퇴근시키거나, 남북 합의 하에 비무장 지대에 공장을 세우고 운영하는 방법도 있었다.

북한땅에 남한이 기술과 자본을 댄공장을 설립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러한 불합리한 사업들이 진행된 것은 북한을 주적에서 배제시켰기 때문이다.

금강산 사업과 개성공단 사태는 북한이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노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나라가 주적이 아니면 누가 주적이 되는 것인가? 개성공단과 같은 불행을 막기 위해 주적 개념을 되살려야 한다.

그리고 개성공단을 추진한 사람들은 역사의 비판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역사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 E. H. 카는 모든 역사는 현재를 위한 역사라고 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재와 가까운 역사가 가장 중요한 역사이다.

보편적으로 30년이 지난 시점을 역사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큰 사건은 어제 일어난 일이라도 역사적일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개성공단을 추진한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역사적 평가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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