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진 교장 교육칼럼] 배려(配慮)는 상생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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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진 교장 교육칼럼] 배려(配慮)는 상생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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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6.26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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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配慮)는 상생의 원칙

박영진 대신고 교장.
배려는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약한 사람들은 살아남을 수가 없고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은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사회가 되어 아비규환(阿鼻叫喚)의 지옥 같은 생활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는 차례를 지키는 것이 사회생활의 기본적인 예절이다.

민원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 방문한 공공기관이나 은행 창구에 가면, 순서대기표를 뽑아서 차례대로 업무를 보기 때문에 아주 편리하다.

그러나 아직도 운동경기장의 매표소나, 승차권을 구입하는 창구 앞이나, 택시를 기다리는 대열과, 공중화장실 앞에서는 기다리는 동안에 줄이 흐트러지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리고 나중에 온 사람이 슬쩍 앞으로 끼어드는 일도 있어서 불편할 때가 많이 있다.

유럽을 방문했을 때 경험한 것은 어디에서든지 사람들이 한 줄로 서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었다. 줄이 흐트러지거나 순서가 불분명해지면, 상대방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 양보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오랜 시간을 대기하는 동안에도 지루해 하지 않고 편안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보면서 ‘선진사회의 진면목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그러니 조용한 가운데에도 일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선천적으로 청력이 약해서 언제나 맨 앞줄에 앉아서 공부하던 H군이 있었다. 선생님의 강의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아서 입모양을 보고 수업을 따라 듣고, 옆에 앉은 친구가 공책에 필기한 것을 옮겨 적으면서 어렵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했다.

그 후 H군은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가 방학을 이용해서 잠깐 들렀다고 학교엘 찾아왔다. 많이 밝아진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를 들어 보니 유학생활이 무척 재미있단다. 그리고 호주는 ‘장애우들의 천국’이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람들이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을 보살펴 주는 것이 생활화되어 있어서 장애우들도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거의 없다고 한다. 지금부터 이십 년 전 일이었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사회적 약자인 장애우들을 위한 각종 편의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 공공기관에 전용화장실을 설치하고, 맹인용 유도 블록을 깔며, 인도견을 분양하고,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방송을 실시하는 등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시내에서 운전할 때에 겪는 불쾌한 일 가운데 하나는 방향 지시등(깜빡이 등)을 켜지 않고, 갑작스럽게 끼어드는 운전자들을 만나는 경우다. 물론 나도 바쁠 때에는 끼어들기도 한다.

그럴 때에는 미리 상대방에게 지시등을 사용하거나 수신호를 통해서 동의를 구한 뒤에 진입한다. 그런데 예고도 없이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오거나, 갑작스럽게 진행 방향을 바꾸게 되면 상대방을 당황스럽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잘못하면 교통사고로 이어질 수가 있다.

급한 일이 있어서 상대편의 양보를 구할 때에는, 미리 방향 지시등을 이용하고, 도움을 받아 차로를 변경해야 한다. 그리고 비상등을 이용하여 감사의 마음을 표하든가, 손을 흔들어 답례한다면 배려해 준 운전자도 기분 좋게 주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주행 중인 차로로 방향 지시등을 켜지도 않은 채 달려들면, 양보를 해주는 운전자도 기분이 언짢을 수밖에 없다.

우리들은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물건을 사지만, 인터넷을 통해서 주문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상품을 구입하는 일이 많다.

우리 집 아이들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한 물건들이 배달되는 일이 잦기 때문에 택배원들의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그런데 가족들이 집에 있으면 물건을 받을 수가 있지만, 모두 집을 비울 때에는 배달되는 물건을 받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언젠가 온 가족이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배달된 물건이 현관에 떨어져 있었다. 확인해 보니, 인터넷으로 주문한 택배 상품이었다.

배달된 물품은 확인해 보니 택배원의 부주의 탓인지 상자가 부서져 있었다. 물론 마음이 언짢았지만, 내용물에는 이상이 없어서 사용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한 번은 가족이 모두 집을 비운 동안에 택배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주문한 상품을 배달하려고 하는데 수령할 사람이 없어서 전화를 걸었다면서, 언제 방문하면 물건을 전달할 수 있느냐고 가족들이 돌아올 시간을 확인하고는 귀가한 뒤에야 우리 집을 방문해서 물건을 전달해 주고 돌아갔다.

작은 차이이지만 물건을 받은 고객의 입장에서는 감동이었다. 아무리 바쁘고 배송할 물건이 많아도, 수령할 사람이 있는가를 확인한 후에 물건을 전달하는 태도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씨였다.

그래서 택배회사의 직원이 한없이 고마웠다. 점점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이 성숙해 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누구에게든지 예기치 못한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이럴 때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일을 처리할 수 있으므로, 먼저 상대방에게 정중하게 예의를 갖춘 뒤에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이나, 운전 중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으려 할 때나, 물건을 수령자에게 전달하는 경우에도, 상대편의 입장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나의 형편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대를 만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을 원망하고 비난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상대방이 나에게 양보나 도움을 요청할 때에는 즐거운 마음으로 배려해야 우리 사회가 더불어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배려는 만기가 없는 저축이다’라는 말이 있다. 배려를 통해서 우리는 여유 있고 안정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배려는 선택이 아니라, 상생하기 위한 원칙이다. 사람은 ‘능력’이 아니라 ‘배려’로 자신을 지키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경쟁’이 아니라 ‘배려’로 유지된다고 한다. 옳은 말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배려한 것이 돌고 돌아서 언젠가는 나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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