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바캉스' 왜 모두 '7말8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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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바캉스' 왜 모두 '7말8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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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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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해운대를 찾은 피서객은 100만명을 넘었습니다." 해마다 여름이면 빠지지 않는 단골 뉴스다. 특히 올해는 해운대 해변에 파라솔 7천397개가 꽂혀 기네스북에 신청했다는 소식까지 곁들여졌다. 7월 말~8월 초가 되면 전국의 산과 바다, 계곡은 피서객들로 바글거린다. 어디를 가도 물 반, 사람 반. 숙박비와 요금은 입이 딱 벌어지고, 밀려드는 차량들로 도로는 막히기만 한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왜 대한민국의 여름 휴가는 7월 말~8월 초에 집중될까. 왜 비싼 비용을 내가며 같은 시기에 휴가를 떠날까.

◆바글대는 피서지

해마다 휴가철이 되면 전국의 피서지는 밀려드는 사람들로 장관을 이룬다. 해변은 비치파라솔로 메워지고, 바다는 검은 깨를 뿌린 듯 사람들로 넘쳐난다. 하지만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는 때는 7월 말~8월 초에 국한된다. 실제 기록적인 피서 최대 인파가 몰리는 날은 대부분 8월 첫째주다. 해운대관광사무소에 따르면 휴가철이 집중된 8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해운대를 찾은 피서객은 605만5천명이었다. 7월 초 개장 이후 지난 10일까지 1천30만5천명이 해운대를 찾은 점을 감안하면 전체 방문객 중 58.7%가 열흘 동안 집중된 셈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해운대를 찾는 피서객은 하루 평균 10만~20만명으로 줄어든다. 해운대관광안내소 관계자는 "8월 첫째주 주말부터 1주일간 해운대 해수욕장 피서객의 수가 절정에 이른다"며 "올해도 8월 15일 광복절 연휴에만 반짝하고 18일 이후에는 이곳을 찾는 피서객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시민의 휴식처인 팔공산도 사정은 비슷하다. 8월 첫째주 팔공산 대구권역을 찾은 피서객은 50만명에 달했다. 지난 2일과 3일 발생한 쓰레기의 양만 15t에 이를 정도. 방문객 수는 6월 130만명에서 7월에는 150만명으로 크게 늘었고 이 중 7월 마지막 주말에만 50만명에 이르렀다. 팔공산 순환도로는 주차된 차량들로 빼곡히 들어찼고, 수태골 등 계곡에는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팔공산공원관리소 관계자는 "휴가철과 방학이 겹치는 8월 초에 방문객이 가장 붐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피서지 바가지 요금도 이맘때 절정을 이룬다. 수요는 집중되고 공급은 일정하니 바가지 요금이 판치는 건 당연지사. 강원도 강릉으로 1박 2일간 피서를 다녀왔다는 직장인 이모(35)씨는 "숙박요금이 평소의 두 배가 넘는데도 그나마 방을 찾기도 힘들었다"며 "불과 1주일만 휴가를 늦춰도 비용을 3분의 1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왜 이렇게 몰릴까

7월 말과 8월 첫째주에만 전국이 피서 인파로 몸살을 앓는 데는 직장인들의 휴가가 유독 이 기간에 몰려 있는 탓이 크다. 직장인들의 여름휴가는 보통 7월 말에 시작해 8월 10일 전에 끝난다.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입주업체 350곳 가운데 243개 업체(69.3%)가 7월 28일~8월 3일에 단체 휴가를 떠났다. 8월 4~10일 사이에 휴가를 간 업체 34곳(9.8%)까지 더하면 10곳 중 8곳이 8월 첫째주에 휴가를 떠난 것. 달성산업단지 역시 입주업체 중 70%가 7월 마지막주부터 8월 첫째주 사이에 휴가를 실시했다.

이렇게 대한민국 전체가 동시에 휴가를 떠나는 건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기업으로서는 가장 생산성이 떨어지고 에너지 소모가 높은 시기를 휴가 기간으로 택하는 것이다. 또한 업체들 간에 비슷한 시기에 휴가를 떠나는 것이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원·하청구조도 이유 중 하나다. 하청업체들의 경우 원청업체인 대기업의 휴가 기간에 맞출 수밖에 없다. 성서산업단지관리공단 관계자는 "특히 성서공단의 경우 대기업 하청업체가 많기 때문에 업체 간에 휴가 시기를 맞추는 게 서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대안은 없을까

휴가 기간이 몰리면 휴가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바글대는 피서지와 비싼 휴가비용으로 인한 부담은 고스란히 근로자들에게 돌아간다. 이 때문에 휴가를 자율적으로 떠나는 기업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납품기일이나 제품의 특수성, 거래처 사정 등으로 부득이하게 공장을 가동해야 하거나 근로자들이 휴가 계획을 짜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성서공단 입주업체의 경우 올해 36개 업체(10.2%)가 자율적으로 여름 휴가를 떠났다.

그러나 휴가 분산은 쉽지 않은 문제다. 여름 휴가의 최적기는 20일 정도에 불과하지만 자녀들이나 맞벌이 부부가 맞춰낼 수 있는 휴가 기간은 한계가 있기 때문. 더구나 계절적인 효과가 줄어들면 여름 휴가의 효용성도 줄어들게 된다.

전문가들은 휴가 시기 조정보다는 바가지 요금을 막고 피서지 집중을 줄이는 게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지적한다. 인터넷을 통해 휴가지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효수 영남대 상경대 교수는 "휴가 분산은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며 "휴가지 상황과 바가지 행태를 미리 알 수 있게 하는 게 보다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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