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일제 칼럼]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각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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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일제 칼럼]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각해 보고 싶다
  • 뉴스밴드(편집부)
  • 승인 2011.06.1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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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일제 칼럼니스트.
중국 국민을 감동시킨 원자바오 겨울 점퍼가 어른거린다. 2006년 1월28일 산동성 일대 농가를 방문하면서 입고 갔던 주름지고 헤진 녹색 점퍼 때문이다.

이 점퍼는 1995년 원자바오가 정치국 후보위원 신분으로 서우광 채소시장을 방문했을 때 입었던 그 옷이라는 게 기억력 좋은 한 네티즌이 인터넷 뉴스사이트에 올림으로써 문제가 된 것이다.

이 뉴스사이트를 본 라오치라는 사람이 10년 전의 사진을 뒤져 현재 입고 있던 그 색깔과 똑같은 차림의 원자바오 사진을 찾아 두 사진을 ‘대중망 인터넷사이트’에 올린 것이 계기가 되어 수많은 네티즌들이 다른 사이트에 퍼 가면서 중국 국민을 감동시켰다는 기사였다.

우리에게도 황희와 맹사성같은 훌륭한 정승이 있었고, 청렴하게 백성들의 편에서 살다가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가신 많은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s-사회적으로 상류층에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따르는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뜻하는 말)가 있음을 알고 있다.

또한 월급 한 푼 안 받고 봉고차를 손수 운전하면서 강연비로 받은 사례비조차 대학발전기금으로 쾌척한 나사렛대 백위열 벽안의 전총장님도 기억하고 있다. 적어도 사회 지도층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정당하게 대접받기 위해서는 명예(노블레스) 만큼 의무(오블리주)를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번뜩이는 것은 왠 일일까?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문제는 미국산 수입 반대 쇠고기 촛불시위만큼 거셀 것 같다. 현대 화두의 하나는 ‘복지’다. 모든 국민들은 최소한의 인간적인 행복추구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런데 사회는 갈수록 빈익빈 부익부의 상태가 심화되어 간다. 정당한 방법으로 부(富)를 축적하는 것을 누가 탓하겠는가?

노동의 이익을 정당하게 분배하지 않는 사람들이거나 국민의 공복으로 일하는 것을 팽개치고 사리사욕에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들이거나,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고급 정보로 방방곡곡을 투기장으로 만들고 간 사람들이거나, 소설 「꺼피탄 리」에 나오는 이인국박사처럼 기회주의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득실거리고 있는 한, 열심히 일해도 가난의 대물림으로 살아가야 하는 젊은이들의 희망은 꺼질 수밖에 없음을 한탄할 뿐이다.

물론 고등학생 중 80% 이상이 대학을 진학하는 특이한 우리나라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먼저이겠지만, 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현재의 대학생 등록금 문제를 어떻게든지 해결해야 할 텐데, 이 문제가 결코 선동의 문제로 해결될 것은 아니다. 감사원의 대대적인 대학 감사로 서로의 상처와 화합될 수 없는 갈등의 문제만 노출된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이럴 때,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s)를 외쳐보고 싶다. 가진 자들이 함께 나누고 모범을 보일 때, 상처 난 서민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고,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내 이익도 반으로 나누고 우리 젊은 대학생들에게도 함께 어려움을 나누자고 설득할 때 반값 등록금 문제는 진정될 수 있을 것이다. 내 이익과 월급은 더 올리고 대학생들의 등록금은 나라 예산으로 해결하자는 그런 모습은 정말 민망하다.

포퓰리즘으로 정치하겠다는 사람들을, 세금을 더 부담해야 하는 국민들이 마냥 바라보고만 있지 않음을 분명히 알 일이다. 지도자는 지도자다워야 한다는 의미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생각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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