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관수 칼럼] 거짓말의 꼭두각시언론은 이제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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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수 칼럼] 거짓말의 꼭두각시언론은 이제그만
  • 임관수 논설위원
  • 승인 2011.02.10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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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이후 일제시대 민족의 대표 일간지였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친일을 했다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이것은 역사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나온 말이다. 만약 그들의 행위가 친일이었다면 일제 36년간 이 땅에는 친일밖에 없었다는 말이 되는 것이며, 이는 우리 역사에 대한 모독이다.

우리 언론은 한 시대의 지성을 대변하여 이러한 항일의 전통 위에 민주화의 과업을 성취하는 데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요즘 언론의 태도를 보면 과연 시대의 지성으로서 역할을 다 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든다.

그들은 있는 사실이나 알고 있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진실을 말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을 그대로 말하는 요즘 언론에게 생떽쥐베리의 "어린 왕자"에 나오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해주고싶다. 사실을 말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성적인 판단이다.

언론이 사실을 말하면서 잘못을 저지른 예로 대통령 선거를 들 수 있다. 노무현 후보가 계속 뒤지던 판세를 뒤집은 것은 인기가 아니라 세 개의 커다란 거짓말이었다. 대통령 후보의 아들이 아버지의 지위를 이용해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말은 군대 갔다온 사람들과 군인 그리고 그 부모들을 자극했으나 거짓말이었다.

이 거짓말이 효과를 보자 다른 거짓말 두 개를 적당한 시차를 두고 발표했으며, 이것 역시 성공적이었다. 이 세 가지 모두 거짓으로 판명이 났으나 대통령직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 때 언론은 야당이 한 말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으나 결국 야당의 거짓말을 퍼뜨리는데 도움을 주어 결과에 큰 영향을 주는 과오를 저질렀다.

그 세 거짓말이 없었어도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 이 결과에 대한 책임은 언론에 있다. 거짓말을 이용해 재미를 보았기에 거짓말을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이 여전히 주도권을 잡고 있으며, 언론은 여전히 이들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니 언론이 과연 무관의 제왕인지 정치권의 꼭두각시인지 알 수가 없다. 최근의 예를 들어보자.

중국의 시진핑이 "이대통령은 남북관계의 걸림돌"이라고 말했다는 야당 지도자의 말이 있었다. 언론에 여과없이 발표된 이 말은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보도가치도 없는 것이었다. "외교관과 여자의 차이점은 외교관은 "노"라는 말을 하지 않고 여자는 "네"라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는 유모어가 있다.

외교관은 안되는 일도 안된다고 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보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중에 "노력은 했으나 안됐다."고 말하는 것이다. 여담으로 여자들은 남자가 "시간이 있어요?"라고 물으면 시간이 있어도 "몰라요."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그러면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시진핑이 과연 외교적으로 첨예한 일국의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직접적으로 비판을 했을까? 이런 말을 시진핑이 했다는 것은 그가 외교의 기초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그에 대한 엄청난 모독이다.

아니나 다를까 중국에서는 즉각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발표가 있었고, 시진핑이 당연시 되던 차세대 지도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소식도 함께 들려왔다. 만약 그가 그 말을 했다면 차세대 지도자 지위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당장 고위직을 내놓았어야 했다.

다음에는 은행장이 대통령 부인에게 40억을 주고 연임을 청탁했다는 말이 있었다. 여기에도 언론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은행장 연봉이 얼마이고, 몇 년을 하기에 이런 거액을 주었을까? 나라면 그렇게 하겠는가? 명예를 위해서라면 이미 그 직책에 있는데 한 번 더 한다고 무슨 명예가 그리 올라가겠는가?

그 금액은 국민들에게 아마 대통령 부인도 그 정도라면 받았을 것이라는 리얼리티를 위해 만든 금액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분이 돈이 필요한 사람이었을까? 모든 사람에게 각자 원하는 것은 있겠지만 그에게 필요한 것은 돈보다 명예였을 것이다.

여당 지도자의 아들이 서울대 로 스쿨에 부정입학을 했다는 말도 있었다. 이것은 야당 지도자보다 서울대를 모독하는 사건이었다. 인원미달이 되는 지방대학도 입학생을 뽑을 때, 한 학생이 진학을 포기한다면 그것을 전화로 녹음을 해서 근거를 남겨두고 다음 학생에게 입학통보를 하는 현실을 그 정치인이 몰랐을까?

아니, 언론이 그 정도 진위를 파악할 판단력도 없었을까? 아무리 여당 지도자의 아들이라도 지방 삼류대학 부정입학도 안됐을 것이다. 하물며 서울대에서 그랬다니.

이러한 거짓말들에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렇다면 언론이 이런 것들의 진위를 가려서 보도하는 이성을 갖추어야 하지 않을까?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그리고 언론이 무관의 제왕이라면 이 정도는 미리 생각을 해보고 보도를 했어야 한다. 이 점에서 이들 사건의 책임은 언론에도 있다.

필자는 텔레비전을 통해 이러한 말을 하는 정치인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그 사람은 눈에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끊임없이 눈을 깜박이고 있었다. 버릇인가 하고 다른 말을 할 때 보니 그것은 아니었다. 눈을 깜박이는 것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오바마 이전 부시 대통령은 대선을 위한 토론과정에서 눈을 깜박였고 언론은 그 때 대통령의 말보다 눈을 깜박였다는 것을 대서특필을 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500만표를 잃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언론은 왜 그걸 간과할까?

임관수 논설위원.
언론은 무관의 제왕이라는 권위는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노력하여 명예에 걸맞는 이성과 판단력을 갖추어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새해에는 거짓말이 없는 정치를 보고 싶다. 그리고 그 기대를 이루어줄 곳은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언론밖에 없다.

올해에는 단순한 사실에 얽매어 거짓말하는 사람들의 도구로 이용당하지 않는 언론, 정치인들이 국민보다 더 무서워하는 언론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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