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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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요섭 편집장
  • 승인 2009.03.1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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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토노 하나시(本当の話)


1. 일본의 언어.

일본어는 악센트가 약하고 기본이 2음 및 3음으로 구성되어있다. 그것을 얽어 맞춘 5음과 7음이 시어(詩語)나 구어(口語)의 바탕을 이룬다. 거기에다 모든 음이 모음을 포함하고 있어서 매우 단조롭다.

음절은 100종류를 조금 넘고 있다(참고로 영어는 3,000종 이상이나 된다) 그래서 일본어는 동음이어(同音異語)가 많고 잘 되지 않는 발음들이 많다. 예를 들어 '어머니'를 '오모니'라고 밖에 할 수 없고, 받침은 우리말의 ‘ㅇ, ㄴ, ㅁ’ 단 세 개 밖에 없어서 '서울'을 '소우루'로, '맥도널드'를 '마꾸도나루도'로 발음하고 있다.

일본에 온지 2개월 된 여학생이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평소에는 전차를 타고 걸어서 다녔지만 그 날은 친구들과 수다를 떠느라 늦어진 데다 술도 한 잔 마신 터라 큰 맘 먹고 택시를 탔다(일본의 택시비는 장난 아니게 비싸다) 택시를 타고 기사에게 목적지를 밝힌 뒤 그녀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깜빡 졸고 말았다.

졸다 깨어보니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하고 있었다. 조느라 흘린 침을 황급히 닦아내며 그녀는 말했다 “아노, 와타시오 고꼬데 고로시테 구다사이!” 그러자 택시 기사는 깜짝 놀라 룸 밀러를 통해 그녀의 얼굴을 흘끗 쳐다보더니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닌가? 이런, 벌써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고 말았다. 다급해진 그녀는 다시 한 번 목소리를 높여 외쳤다 “스미마셍, 와타시오 고꼬데 고로시테 구사사이! 오넹아이시마스!” 그녀의 절실하고도 간곡한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운전기사는 택시를 세우기는커녕 가속페달을 더욱 세게 밟았다.

이윽고 택시가 도착한 곳은 동네의 고방(파출소)이었다. 사건을 조사하던 파출소 순사는 포복졸도하고 말았다. 그녀는 ‘저 여기서 내려주세요(오로시테 구다사이!)’라고 말하려던 것을 ‘저 여기서 죽여주세요(고로시테 구다사이)’라고 한 것이다. 컴컴한 골목길에서 여자 승객이 ‘저를 여기서 죽여주세요!’라고 한 것이니 운전기사가 놀랄 만도 했다.

‘오로시테(下ろして)’와 ‘고로시테(殺して)’와 같이 외국인들은 발음 하나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해프닝들이 많다.

일본인들의 친절함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들이 일상 쓰고 있는 언어에는 그 친절함이 고스란히 배어있다. 특히 ‘스미마셍(済みません, 죄송합니다!)이라는 말은 참으로 많이 쓰고 있다. 식당에서 종업원을 부를 때에도, 거리에서 길을 물을 때에도, 심지어 모르는 사람이 실수로 자기의 발을 밟고 지나가도 먼저 스미마셍이라고 한다.

나는 일본인들이 늘 ‘스미마셍’이라 하는 이유를 의아하게 생각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미안하다는 걸까?’ 스미마셍(済みません)의 단어적 의미는 ‘은혜를 입었으나 아직 갚아야 할 것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일본인들은 어려서부터 자녀들을 엄하게 교육(仕付け 시스케)시킨다. 일본인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덕목은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철저하게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가장 나쁜 짓으로 교육을 받고 자라난 일본인들은 속으로는 아무리 욕을 하고 싶어도 겉으로는 웃으면서 ‘스미마셍’을 연발하는 것이다.

사실 그들의 시스케에는 아픈 역사가 숨겨져 있다. 전국막부(戰國幕府)시대에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계급 구분이 매우 엄격했다. 특히 사(士)에 속하는 무사(사무라이)들의 권위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당시의 일본은 천하의 패권을 두고 수많은 군웅들이 할거했으나 최후의 승자인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에 의해 천하가 통일되고 에도(江戶 지금의 東京)에 강력한 막부를 세우게 됐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편에 서서 목숨을 부지하거나 공을 세운 다이묘(大名)들은 그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무사(侍、사무라이)들을 휘하에 두어야 했다.

무사들 역시 자신의 주군이 사라지면 졸지에 로우닌(浪人 주인 없는 무사) 신분으로 전락하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충성했다. 다이묘들은 무사들에게 막강한 권한을 실어주었다. 무사를 무시하는 사람은 설령 베어 죽인다 해도 그 죄를 묻지 않을 정도였다. 그래서 생긴 말이 ‘기리스떼고멘(切捨御免, 베어 죽인다 해도 그 죄를 면해줌)’이다. 물론 전후 사정을 조사해서 잘못이 없는 자를 죽인 경우에는 무사도 벌을 면할 수는 없었다.

나는 교토 지방을 여행하다가 다음과 같은 얘기를 들었다. 어느 무사가 거리를 지나던 중 자신의 아들이 떡장수와 시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떡장수는 ‘당신의 아들이 떡을 훔쳐 먹었다’고 했고 아들은 한사코 결백을 주장했다. 무사는 그 자리에서 칼로 아들의 배를 갈라 떡이 들어있지 않은 뱃속을 떡장수에게 확인 시킨 후, 즉시 떡장수의 목을 베어버렸다.

무사들이 얼마나 명예를 중요시 여기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원래 할복(割腹 겟뿌꾸)는 잘못을 저지른 무사가 자신의 배를 갈라 주군께 결백을 보여
덧붙이는글
먼저 양해의 말씀을 구합니다. 그동안 칼럼으로 올렸던 ‘비밀의 주인’은 출판사 측의 요청으로 연재를 중단하게 되었습니다. 이점 넓으신 마음으로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분에 넘치는 관심과 사랑 보내주신 점 깊이 머리 숙여 감사의 인사 올립니다. 책으로 나오게 되면 제일 먼저 인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부터는 저의 또 다른 원고 ‘일본이야기’를 연재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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