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대학병원 최다혜 교수의 "현명한 연말 음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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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대학병원 최다혜 교수의 "현명한 연말 음주법
  • 뉴스밴드(편집부)
  • 승인 2010.12.0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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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특효약 찾기보다는 술자리에서 절제를
‘송년회 시즌’이 다가왔다. 벌써부터 달력에는 술자리 약속이 빼곡히 들어차고 있다. 앞으로 한달 동안 계속되는 술자리로 인해 간이 혹사당할 각오를 해야할 듯 싶다. 연일 송년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다음날 숙취로 고생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소신껏 술을 거부하자니 눈치가 보이고 사회부적응자가 되는 풍조로 소가 고삐에 끌려가듯 3차, 4차까지 가는 동안 몸은 지쳐만 간다. 연말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하는 술자리에서 건강을 지킬 수 있는 현명한 음주건강법에 대해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최다혜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적당한 술은 약, 과음은 독

적당한 술은 기분전환과 함께 긴장과 스트레스를 해소시킬 뿐만 아니라, 소화촉진, 불안감이나 우울증 감소 등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하나, 그 양이 지나치면 위와 소장을 통해 흡수된 알코올이 혈관을 타고 전신을 돌아다니며 건강을 위협한다.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다 보니 우리 몸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곳은 바로 간이다. 간의 각종 영양분의 대사는 물론 뇌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독성물질들을 해독시키는 등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그 해독능력을 넘어설만큼 과음을 하게 되면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생긴 아세트 알데히드라는 독성에 의해 상처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로 인해 술 양의 다소를 불문하고 계속 마시게 되면 간기능의 이상을 초래해 각종 간질환이 생긴다. 알코올에 의해 간이 손상되면 처음에는 단순한 지방간으로 나타나지만 과음이 계속될 경우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으로 진행되기까지 한다.

뿐만 아니다. 술은 중추신경을 멎게 해 마취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술을 마시면 감상적이 되거나 이성을 잃게 되는 것도 알코올이 중추신경계를 억제해 이성적 사고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일명 ‘필름이 끊긴’ 상태가 되는데 알코올이 대뇌의 기억을 입력하는 기능을 마비시켜 일어나는 것으로 원래 입력되어 있던 기억을 불러내는, 예를 들면 집을 찾아가는 등의 기능에는 문제가 없다.

또한 잦은 음주로 인한 알코올은 신경억제제로 뇌의 기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고혈압, 치매, 중풍, 심장병, 발기부전, 불임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당뇨병․고혈압․관절염 환자 조심해야

지병이 있는 환자들은 되도록 술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겠으나, 피치 못할 경우 보다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관절염 환자의 경우는 소주 한 병 이상을 마실 경우 65%가 관절에 통증과 함께 부종이 생기고 28%는 아파서 걷기조차 힘들게 된다. 아세트알데히드가 관절로 가는 피의 흐름을 방해하고 그로 인해서 관절염이 더욱 심하게 된다. 특히 장기간 과음을 하게 되면 뼈를 만드는 세포가 파괴되고 칼슘 흡수가 제대로 안돼 관절뿐만 아니라 뼈까지 상할 수 있다.

치질 환자도 주의가 필요하다. 술을 많이 마시면 내장 혈관이 확장되게 되고 피가 모이게 되며 그 결과 항문 부위 정맥에도 피가 고이고 치질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한자리에 오래 앉아 있고 노래방까지 가서 큰소리로 노래 부르면 복압이 올라가 더욱 치질은 악화된 된다.

알코올이 간에 있는 포도당을 분해하기 때문에 당뇨환자의 경우 자칫 저혈당 증세를 보일 수 있으므로 음주시 반드시 먼저 식사를 해둬야 한다. 술 마시기 전에 사탕을 2~3개 녹여 먹는 것도 좋다.

음주 중 흡연은 연탄가스와 마찬가지

술을 마실 때 담배를 삼간다. 음주시에는 간의 산소 요구량이 늘어나는데 담배를 피우면 인체의 산소결핍증이 유발돼 몸에 더 해롭다. 또 담배를 피우면 뇌의 중독 관련 부위가 자극돼서 술을 더 마시게 된다.

뿐만 아니라 담배는 체내 알코올 흡수를 촉진하고 알코올 또한 니코틴을 용해시키고 피를 빨리 돌게 해서 서로의 흡수를 돕는다. 더구나 술은 몸의 해독기능을 약하게 만들어 니코틴 외에도 담배에 포함된 각종 유해물질 발암물질이 몸에 잘 침투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구강암, 식도암, 후두암 등에 걸릴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천천히, 적당한 간격으로 마셔야

전문의들은 적정 음주량은 1일 성인 남성의 경우 알코올 2단위, 여성의 경우 1단위, 노인은 0.5단위로 본다. 알코올 1단위는(알코올 12g으로 대략 소주의 경우 소주잔으로 1잔(50cc), 와인의 경우 와인 잔으로 1잔(100cc), 맥주의 경우 맥주잔으로 1잔 또는 1캔(320cc), 위스키는 위스키잔으로 1잔(30cc), 막걸리의 경우 1대접(200cc)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이 기준으로 1일 5단위 이상 술을 마실 경우 폭음으로 본다. 그러나 적정 음주량을 마셨다 하더라도 1회 술자리 이후에는 적어도 2~3일의 간격을 두어야 한다. 간이 회복되는데 걸리는 시간이 2~3일 정도 걸리기 때문이다.

술자리는 대개 속이 빈 상태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공복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 흡수속도가 빨라지고 혈중 알코올 농도도 급격히 상승한다. 특히 술 마신 뒤 컨디션을 나쁘게 하고 위점막을 자극해서 위염이나 위출혈을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우유, 치즈, 달걀, 생선, 고기 등 고단백 음식을 먹어서 알코올 흡수 속도를 늦추고 위장에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술은 되도록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은데, 소주 한 병을 30분 동안 마시는 것이 소주 두 병을 2시간 동안 마시는 것보다 더 해롭다. 술 마시는 속도를 늦추면 늦출수록 뇌세포에 전달되는 알코올의 양이 적어지므로 간이 알코올 성분을 소화시킬 수 있는 충분한 여유를 부릴 수 있다.

술은 섞어 마시면 좋지 않다. 특히 ‘폭탄주’는 술끼리 상승작용을 일으켜 간에 큰 부담을 주게 되고 술의 향과 색을 내기 위한 각종 화학 첨가물들이 서로 반응하여 두통 등 숙취가 더욱 심해진다. 만약 두 종류 이상의 술을 마시게 될 경우에는 약한 것부터 시작해 점차 독한 술로 옮겨가는 것이 좋다. 순서에 따라 흡수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안주로 짠 스낵류는 먹지 않는 게 좋은데, 갈증 때문에 술을 더 많이 마시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안주는 담백하면서도 간이 약하거나 단 음식이 좋다.

숙취특효약 찾기보다 예방을 먼저

술을 마신 직후에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은 심장발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또한 술을 마시면 반사신경과 판단력이 둔해져 상처를 입거나 남을 다치게 할 수 있다.

사우나도 하지 않는 것이 좋은데, 그 이유는 그렇지 않아도 알코올이 이뇨작용을 일으켜 수분과 전해질이 부족한 상태에서 사우나를 하면 무리하게 땀을 배출시키기 때문이다. 커피 또한 이뇨작용이 있어 탈수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해롭다.

흔히 음주 후에는 몸에 열이 올라 찬바람을 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의 자극으로 피부혈관이 확장되고 체온이 떨어져 정상체온의 상태를 잃게 된다. 또한 이때 찬바람을 쐬면 면역력이 약해져 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최다혜 교수(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잠자기 전에 포도당이 많이 함유된 죽이나 누룽지 등을 먹어두면 다음날 숙취가 덜하다.

숙취를 깨끗하게 씻어주는 특효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시중에 판매하는 숙취해소용 음료의 효능은 의학적으로 확실히 증명된 바가 없으며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다. 따라서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숙취도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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