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각과 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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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각과 길상사
  • 뉴스밴드(편집부)
  • 승인 2010.03.2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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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칼럼니스트.
“무소유”를 화두로 지내온 法頂이 세상을 떠나면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법정은 부처님의 제자답게 소박하고 조촐하게 아무런 의식 없이 한줌의 재로 떠나갔다.

그런데 그의 살았을 때 행적도 작은 암자의 주지라는 직함도 없이 지냈다 하니 진정 무소유를 실천하고 부처님의 가르침과 진리추구의 길을 살아온 것일까.

그래서 불자들은 물론 일반 사부대중이 그를 흠모하고 있는 것일까. 아무튼 그의 마지막 가는 길에 험악한 이 세상에 큰 감동을 남겨 주었다.

작년에 가톨릭의 지도자 김수환 추기경이 세상을 떠날 때 국민적 애도와 그에 대한 추모의 열기가 가히 선풍적이었다. 그가 가고 나서 장기 기증이 급증하게 되었고 불우한 이웃을 위한 사랑 나눔 운동도 봇물을 이루었다.

민족의 수난시기에 애국지사의 정신을 능가할 만큼 두 분의 종교인들은 크게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일깨워 주었다는데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요즘처럼 권력과 돈과 명예에 집착하는 세태에서 사람들에게 그렇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만큼 인간적인 일깨움을 주었다.

그런데 이미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저명인사에 이름을 얹혀 있는 그 분들보다 더 감동적일 수 있다면 평생을 모아도 힘든 재산을 불가에 내 놓은 김영한 보살의 보시행위다. 법정이 쓴 “무소유”를 읽고 1987년에 LA에서 법정을 만나 시주의 뜻을 밝혔으나 법정은 받을 수 없다고 거절을 했다니 이 얼마나 숙연한 일인가.

그러나 기어이 보시를 멈추지 않고 1997년에 길상사라는 절로 태어나게 헸으니 얼마나 무소유의 뜻을 실천했던 것일까. 그래서 길상사는 불자들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드나들고 일반시민들도 드나드는 도량이 되었으니 얼마나 보기에 좋은가.

그런대 가세가 몰락한 김영한은 어린나이에 가족을 살리기 위하여 眞香이리는 기생으로 변신하였다. 그러다가 함흥 영생고보의 영어교사였던 백석과 사랑을 나누고 평생토록 子夜라는 백석이 지어준 호를 간직한 채 살아 온 그의 순결한 사랑 또한 감동이 아닐 수 없다.

그저 세상과 어울려 향락을 일삼는 한낱 기생으로서의 태도와 비교할 수 없는 숭고함을 느낄 수 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이별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백석은 만주로 떠나게 되었고 평생 그 말을 믿고 살아 온 진향은 백석을 기다리면서 살았다하니 사랑에 대한 많은 이야기 가운데 느껴봄직한 사랑이라 하겠다. 백석 또한 부러운 사랑을 지닌 인물이기에...

그렇다. 본래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태어나 살아오면서 오욕칠정에 얽매어 살아온 많은 사람들이 오늘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그저 인간답게 사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기도 어렵다. 그리스도에 의지하고 부처님에게 매달려 본들 의지 없는 나그네가 가야할 길은 어디일까.

배 곱아 하는 아이를 두고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은 또 어떤 것일까. 우리의 이웃은 아직도 힘들고 고단한 사람들이 많다. 무소유는 한낱 사치스럽게 들리기만 하는 염불에 불과할 수도 있다.

정치지도자에서부터 지도층인사들이 그리고 지식인들이 옆을 쳐다봐 달라고 말하고 싶다. 불행을 이고 사는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눌 수는 없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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