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향한 청운의 꿈, 불혹의 충남여고
상태바
세계를 향한 청운의 꿈, 불혹의 충남여고
  • 최진규 기자
  • 승인 2010.02.21 14: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MBS가 만난 사람- 충남여자고등학교 이태봉 교장
▲ 이태봉 충남여자고등학교 교장.
지성과 덕성을 배양하는 한국 여성교육의 전당

해방전 우리나라 교원양성의 메카인 대전사범학교 교정을 물려받은 충남여고(대전시 중구 목동 소재)는 가장 이상적인 학교구조를 갖춘 중부권 최고의 명문 여학교로 선호도가 높고 자부심도 강하다.

1만 5천여 평의 넓은 캠퍼스에 잔디운동장, 60여년을 지켜온 수목들, 사색과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산책로는 도심 속의 전원 풍경으로 교육환경 최적의 학교라 할 수 있다.

이태봉 교장을 비롯하여 120여 명의 교직원과 43학급 1,750여 명의 학생이 ‘청운의 꿈으로 세계를 품자’라는 교육 지표를 구현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교실의 불빛이 꺼질 줄 모른다.

철저한 학생중심, 학부모 만족의 학교경영을 제일로 삼고 있는 이태봉 교장은 학교 시설뿐만 아니라 교과책임제, 진로 직업교육, 공수법 인사, 자매결연 등으로 학력신장과 인성지도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인생의 나이 40은 장년인데 장년에 걸맞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장년의 성숙된 학교가 되도록 학교의 모습을 바꿔 가겠다.’는 이 교장의 소신과 의지를 들어 본다.<편집자>

교장선생님의 학교 경영방침과 교육소신은?

교육적인 시스템은 학교의 환경이나 구성원들의 요구에 따라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어떤 방침을 정하느냐에 따라 교육성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본다. 이러한 판단은 관리자의 경영의지와 구성원간의 의견이 일치했을 때 교육의 상승효과가 배가된다.

▲ 충남여자고등학교 전경.
먼저 ‘구성원들 사이에 갈등이 없는 학교’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교직원간, 학생간, 사제간, 학부모 등 교육가족간에 ‘화합하는 학교’의 분위기를 조성해서 거기서 분출되는 에너지를 학력신장으로 승화시키고자 한다.

둘째로 학교는 학생들에게 큰 꿈을 꾸게 하고 이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본교가 자리한 언덕을 ‘청운령’이라 지칭하는데 그 뜻을 살리고 세계적인 지도자로서의 원대한 꿈을 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젊음의 불꽃을 태우라는 의미에서 ‘청운의 꿈으로 세계를 품자’를 청운인들의 집약된 구호로 정해 마음속에 새기게 하고 있다.

선배들이 쌓아온 전통과 역사를 계승하고 이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긍지를 가지고 글로벌 시대에 G세대다운 꿈을 가지고 세계를 품는 그런 여성이 되자는 뜻이다. 3년간의 수학과정을 통해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바탕을 마련해 줘야겠다는 것이 나의 교육적인 소신이다.

▲ 충남여고는 신학기마다 전교생이 모인가운데 세자매한마음결연식을 하고 있다.
특색 및 중점사업과 향후 전망은?

특색사업으로 ‘세 자매 한마음 결연운동’이 있다. 신학년이 되면 운동장에서 대대적으로 1학년, 2학년, 3학년 각 학년별로 같은 반에 같은 번호 학생들이 모여서 한 가족처럼 지내자 해서 결연의식을 행한다.

수시로 만나서 좋은 일이 있을 때 축하해 주고, 또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고충을 공유하면서 조언도 해주고, 1학년 수학여행, 2학년 야영, 3학년 수능 때 서로 격려 등으로 큰 힘이 된다. 교복, 체육복, 참고서 물려주기도 한다. 그 인연이 졸업 후에도 연결되어 평생 동문으로 이어진다.

▲ 충남여고 학생들이 한복을 차례입고 예법을 배우고 있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학력신장을 통해 명문 대학에 많이 합격시키고 진학률이 좋으면 성공한 교육이고, 그런 학교를 좋은 학교라고 일반적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학교는 학생들에게 지적인 교육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인성교육을 잘 시키는 학교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특별히 인격완성의 도량으로서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하는 학교를 좋은 학교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본교에서는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우리의 전통예절인 공수법에 의한 인사를 철저히 학생들에게 시키고 있다. 인성교육의 기본이자 출발은 인사하는 법 하나라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다.

오늘날 공교육의 붕괴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의 상실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교육이 성공하려면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신뢰의 회복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반복적인 바른 행동을 통해 잘못된 사고(선생님을 무시하는 행위)를 전환시키자는 것이 학교장의 의지다.

그래야 붕괴된 교실이 살아난다. 예절바른 인사 하나로 친화와 신뢰를 얻을 수 있고 인격이 교감된다면 이것으로 성공한 교육이 아니겠는가.

2010년은 개교 40주년이 되는 해라 살아 있는 학교, 움직이는 학교, 좀 더 역동적인 학교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학생, 교직원 동아리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권장하여 활성화시킬 것이다. 취미나 특기, 소질을 발굴하고 이를 살려 생동하는 학교를 만들 것이다.

영어 회화 능력의 신장을 위해 ‘영어로만 말하는 날’을 정하여 운영할 것이며, 진로 교육을 강화하여, 학생들이 자기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직업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학교가 안내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갈 것이다.

▲ 수업에 열중인 학생들.
진학 및 교육실적은?

초미의 관심이 진학 성과다. 아무리 학교 분위가 좋고 잘 가르쳤어도 대입 성적이 부실하면 인정을 받지 못한다. 나는 좋은 기를 몰고 다니는 사람이다(웃음). 잘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늘 기도하고 있다. 그런 덕분인지 2010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좋은 실적을 거두었다.

서울대에 3명이 최종 합격하고, 의과대학에 6명, 연대, 고대에 7명, 이화여대, 숙명여대 15명, 교원대나 교대, 사범계열에 39명, 서울권 대학에 58명이 합격했다.

충남대는 현재 73명이 합격하고 추가 합격자를 포함한다면 90명 합격을 예상하고 있다. 만해백일장 전국대회 대상(대통령상 수상) 등 논술경시 대상, 한국자원봉사 전국대회 특상, 음악 미술 실기대회, 학력경시대회 등에서 장관상, 교육감상을 수상하는 등 그 많은 실적을 다 헤아릴 수 없다

▲ 야간자율학습으로 늦은 밤에도 교실 불이 꺼지지 않고 있다.
인성교육, 방과후학교, 특기적성교육은?

앞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저출산 핵가족 시대에 형제자매가 없어 저밖에 모르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도 없고 자기중심적 사고로 교우관계나 더불어 사는 사회성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하여 세자매 결연운동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공수법 인사도 인성교육 측면에서 매우 교육적이고 성공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

이 공수법 인사는 평교사 시절부터 근무학교마다 강조하는 교육이다. 미풍과 양속은 잘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에서도 이를 실천해야 한다.

▲ 깨끗하게 잘 정돈된 학교테니스장.
특색 있는 방과후학교 운영을 통해 정규 수업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교과 방과후학교는 인문계, 자연계 선택교과를 고려하여 교과 선택제로 운영하고 있으며 방학중에는 온라인방과후학교 시스템을 통해 학생들이 희망 과목과 희망 교사를 선택할 수 있는 완전 교과 선택제를 운영하여 많은 호응을 얻었다.

수학, 영어교과는 정규수업과 연계하여 수준별 이동수업으로 운영함으로써 개인별 맞춤식 교과학습을 위한 최적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학생들의 자율적인 교과동아리 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학생들의 다양한 학습 욕구를 충족시키는 한편,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 경감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 학생들뿐 아니라 본교 특수학급 학생들을 위해서는 방학 기간을 활용하여 교육청과 연계한 대학생 멘토링 수업을 실시하여 자칫 소외받을 수 있는 특수학급 학생들의 학습기회를 보장하고 있다.

▲ 충남여고 청운축제.
교과 학습프로그램뿐 아니라 학생들의 특기적성, 소질 계발을 위한 다양한 교육기회 제공을 위하여 가야금병창반과 합창반 및 논술반을 운영하고 있다. 가야금병창반은 학생들에게 잊혀진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향상시키며, 바람직한 여가활용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고, 또한 대전광역시 청소년음악축제 가야금병창부분 최우수 입상 등 해마다 시대회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두어 학교의 위상을 드높이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방송부, 팝송부 GMP 등 자기들끼리 끼와 재주를 발휘하는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20여 개 동아리들의 활약상이 눈부시다. 동아리활동 중에 교지편집부, 학교신문부가 있다. 학교 신문은 월간으로 발행하고 있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활동을 학생과 학부모님들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려는데 있다. 신문 기자들이 다양한 기사거리를 찾아 취재를 해서 학생들의 손으로 제작되는 신문이다. 학교에서는 이들 동아리 활동을 더욱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 '바르고 슬기로우며 아름다워라' 라는 충남여고 교훈이 비석에 세겨져 있다.
학교경영 우수사례는

우리 충남여고 학생들을 귀족다운 인간형으로 길러내고 싶다. 궁궐같은 좋은 집에서 잘 입고 잘 먹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사치스런 생활을 하는 천박한 귀족이 아니라, 세련된 언어와 품위 있는 행동과 고상한 사고의 소유자로 남을 배려하고 베풀 줄 아는 그런 우아한 인간형을 청운령에서 3년간의 수학과정을 통해 몸에 배도록 하고 싶은 것이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바람직한 인간형이요,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간형을 길러내기 위한 교육과정을 담아 실천할 계획이다. 먼지 없는 교실을 위한 진공청소기 설치, 졸음방지용 책상 등도 쾌적한 교육 환경을 마련하려는데 있다.

신학기부터는 1인 2기 교육의 일환으로 모든 학생들에게 기타 교습도 시킬 것이다. 고등학교의 삭막한 생활에서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고, 인생을 여유롭고 멋있고, 즐기면서 살아갈 준비를 마련해 주려는데 있다.

▲ 학교폭력추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학생과 교사.
진학지도의 문제점이나 인문고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견해는?

일반계 고등학교는 성적에 맞춰서 대학 보내면 역할을 다했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학과에 적성이 맞지 않아 재수생이 속출하고 졸업하고 취업을 했어도 자기 직업에 만족하지 못한다.

외국의 경우는 진로지도나 직업교육이 잘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직업에 귀천이 없고 대체로 자기 직업에 만족하는 것 같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대체로 낮은 것 같다.

그 이유는 성적에 맞추어 대학과 전공 학과를 지원하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 적성에도 맞지 않는 직업에 종사하게 되다 보니,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이 전혀 없는 것 아닌가 한다. 이는 본인도 불행이요,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 이태봉 충남여자고등학교 교장.
일반계 고등학교에서도 진학지도에만 전념할 것이 아니라, 진로교육이나 진로지도에 관한 체계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지도해야 한다. 적성과 소질, 그리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도록 진정한 진로 지도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0학년도에는 본교출신 CEO나 컨설팅 전문가와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분들을 초빙하여 바람직한 직업관과 직업선택에 대한 특강이나 이에 대한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학생을 지도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모 중학교 3학년 담임시절 무결석 학급 표창 제도가 있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무결석 학급을 선포 했다. 그런데 5월경에 한 학생이 가출을 했다. 무결석 학급이 하루아침에 깨진 것이다.

마음으로는 나타나기만 하면 혼쭐내고 싶었지만 막상 그 학생이 돌아왔을 때, 그를 끌어안고 “참으로 잘 돌아왔다. 너는 용기가 있는 학생이야.”라고 격려하면서 학교주변 식당에 데리고 가서 자장면을 사주었다.

졸업 후 스승의 날 첫 번째 달려온 학생이 그였고 대학 진학 후에도 지금까지 연락이 온다. 그때 그 학생이 야속하여 체벌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교육은 인격이 교감 되었을 때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닐까.

[취재= 최진규 기자, 정리=최무전 기자. 영상편집= 김태영 기자]

이태봉 교장 프로필
공주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 대전관저고등학교 교감, 대전가오고등학교 초대교장,
(현) 충남여자고등학교 교장.

‘수필과 비평’ 추천 작가
대전교육연수원 강사, 교육전문직임용후보자선발 출제위원장, 대전시교육청 학교평가 팀장, 교원임용, 수업연구,
교재개발, 교육과정 등 심사위원, 교장자격 멘토링연수 멘토교장 역임.


▲ 충남여고 박연아 부학생회장(2학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