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결단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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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결단만이 필요하다.
  • 뉴스밴드(편집부)
  • 승인 2010.01.2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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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칼럼니스트
요즈음 반갑지 않은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세종시에 관한 여론조사기관에서 걸려오는 전화가 부쩍 많아졌다.

여론조사가 직업이고 돈벌이가 되는 일이니 기를 쓰고 전화를 걸어온다. 여론조사기관의 강요된 전화를 받다보면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예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답을 요구하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예를 들어서 세종시가 명품도시로 태어나기 위해서 정부가 주장하는 내용을 열거하고 수정안에 찬성하느냐 원안을 찬성하느냐를 묻는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는다면 미사여구에 반드르르한 수정안에 찬성한다는 버튼을 누르기 쉽다.

앞쪽에다 그렇게 해놓고 맨 마지막에 원안을 찬성하느냐고 묻는다. 웬만하면 전화를 받기도 싫은 참에 좋은 말로 그럴듯하게 설명하고 있는 수정안에 찬성하기가 쉽다.

그런데 상당히 관심이 있는 사람들조차도 원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소위 3대일간지라는 신문에서도 많은 지면을 할애하여 수정안만 나열하고 있다.

행정부처가 들어오면 마치 유령도시가 되고 기업이 들어와야 충청도가 살 수 있는 듯이 선전에 열을 올리는 꼴이 가관이다. 유력일간지들이 원안과 수정안을 일목요연하게 비교를 해 주어도 일반국민은 정부의 홍보에 귀를 기울이기가 쉽다.

그런데 수정안만 나열하고 있으니 신문이 어디 정부의 홍보지인가. 그런 신문이 이 나라를 대표하는 언론이라면 당장 신문구독을 사절하고 싶다.

또한 총리가 연신 연기 공주를 방문해서 지역주민들을 설득하고 있고 장관이나 여당의 핵심 당직자들이 몰려다니는 꼴이 초등학교이 반장만도 못한 느낌이어서 역겹다.

또한 보수를 자처하는 타 지역 인사들이 대전과 충청도에 몰려와 시위를 하는 꼴이 볼 상 사납다. 애국은 자기들만 하고 있는 것처럼 날뛰고 목청을 높인다. 언제부터 충청도가 그들에게 그렇게 찾아와야 할 만큼 중요한 곳이 되었단 말인가.

아직도 경제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과 각료들이 밤잠 안자고 뛰어도 부족할진데 국가 백년대계라는 명분을 걸고 수정안 찬성과 원안을 고수하려는 사람들 사이에 싸움을 하도록 군불을 지피는 형국이니 이 나라의 정치수준을 읽을 수 있을 듯싶다.

주변엔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이 버티고 있고 북쪽에서는 남쪽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국내는 진보와 보수의 대결, 이념의 갈등으로 뒤얽혀 있고 여당과 야당이 죽기 살기로 마짱을 뛰려하고 여당내의 갈등도 심각한 지경에 와 있으니 국민은 무얼 보고 살아야 할까.

권력과 돈과 문화가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서 서울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현실에서 행정부처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 싫은 건 당연하게 보인다. 하나도 내어주고 싶지 않은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러고만 있을 것인가.

시간이 지나고 정부의 홍보가 계속되다 보면 수정안을 반대하는 충청도 사람들이 손을 들고 투항이라도 하리라 보는가.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부가 싫다는데 하물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들이 따르리라 보는가. 정권이 바뀌면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삶의 질이 높은 국가, 행복지수가 넘치는 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앞장서서 뛰어야 할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 싸움질만 한다면 이 나라의 운명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이제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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