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태 교수 칼럼]재래시장에 가면 사람 냄새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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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태 교수 칼럼]재래시장에 가면 사람 냄새가 납니다
  • 뉴스밴드(편집부)
  • 승인 2013.10.0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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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폴리텍 특성화대학 바이오캠퍼스 권순태 교수.
과거를 알려면 박물관에 가고, 미래를 알려면 도서관에 가고, 현재를 알려면 시장에 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장에 가면 의식주과 관련된 것은 물론 온갖 잡동사니가 있고, 그 틈새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과 물건을 사는 고객이 있습니다.

가끔 삶이 심심하다고 느낄 때 시장에 갑니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개성이 다르다보니 물건 선호도나 제품의 질이 천차만별입니다.

유성장이나 대전 인근 도시의 5일장에는 아직도 농촌에서 나오는 싱싱한 농산물이 구미를 당깁니다. 대전 중앙시장은 규모로 보아도 전국에서 손꼽히는 큰 재래시장입니다.

쉬는 날 중앙시장에 가서 먹자골목에서 냉면도 먹고 인근 헌책방거리에서 고서 몇 권도 사고, 음반가게에서 트로트 테이프도 삽니다. 그리고는 여름용 티셔츠를 세일가격으로 구입해 입어보면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꼭 비싸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재래시장에서 느껴봅니다. 제 눈에 안경이지요. 재래시장에서 사람들 사이로 걸으면 사람 냄새가 납니다.

인파 사이로 지나다보면 스쳐가는 인연들이 대단하신 분들이라는 것을 생각합니다. 시장에서 만난 분들이야말로 산전수전 겪으면서 지금까지 무탈하게 살아온 삶의 고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소중한 재래시장이 슬슬 쇠퇴한다는 소식이 들려 안타깝습니다. 예전에는 동네 골목가게 아니면 5일장, 그리고 더 크게는 상설 재래시장이 주요 장터였었습니다.

그러나 서구의 문물이 밀려오면서 지난 1996년 유통시장 개방 이후 들어서기 시작한 대형마트가 이미 생활의 일부 또는 소비패턴으로 정착되어 전통시장과 동네 골목가게를 옥죄기 시작했고, 급기야 정부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법제화를 시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시행초기이고 강력한 규제가 없어서인지 대형마트와 SSM(준대규모 점포) 의무휴업이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네요. 의무휴업 법 준수도 각 시·군·구마다 선택이어서 그리 강제적이지 못 한데다가 소비자들의 입맛을 하루아침에 바꾼다는 것이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통시장 상인들도 이번 기회에 좀 더 혁신적인 시장 프로젝트를 세워 주민들이 찾아오게 만들어야 합니다.

친절한 서비스와 좋은 상품에다가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의 발길을 끄는 대형마트와 생존 경쟁을 하려면 전통시장의 향수에다가 인정, 그리고 값 싸고 질 좋은 상품으로 승부를 내야 합니다. 어느 도시의 재래시장에서는 소비자의 향수를 자극하기 위해 흘러간 영화를 상영한다고 합니다.

한 때 반짝시장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서대전역 앞의 오류시장이 완행열차가 사라지면서 급격히 쇠락했고, 성매매 술집들을 단속하면서 유천시장이 장사가 안 된다는 상인들의 하소연도 들립니다.

문제 해결은 재래시장 상인들의 마음자세에 달려 있습니다. 시장마다 나름대로 특성을 살려 소비자를 유혹하면 찾아오게 되어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불법임에도 지금은 대전 중구의 명물시장이 된 대사동 일원에 난장을 펼친 금요장터가 몰려든 고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는 것을 참고해야 합니다. 대형마트를 찾아가는 인근 주민들이 발길을 돌려 금요장터로 오는 것은 사람들의 향수를 자극하며 사갈만한 물건들을 많이 구비해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삶이 팍팍하거나 다소 지쳐있을 때 우리의 전통 재래시장에서 군것질도 하면서 산보도 겸해 쇼핑하는 재미도 쏠쏠하지 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주말에 재래시장에서 만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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