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곤 부여우체국장] 가을, 우체국 그리고 편지
상태바
[이순곤 부여우체국장] 가을, 우체국 그리고 편지
  • 뉴스밴드(편집부)
  • 승인 2012.11.12 1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 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중략 .....

유치환님의 「행복」이라는 시 구절 중 일부이다.

이순곤 부여우체국장.

이처럼 우체국은 서민들의 애환과 즐거움이 편지라는 통신수단을 매개로 인정이 교류되는 “만남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편지는 역사적으로 고대 왕들과 귀족 그리고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교통수단이 발달되지 못한 옛날에는 오로지 말과 하인들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서신교환이 가능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근대적인 우체국은 구한말 개화사상이 불길처럼 타 오르던 시기인 1884년 홍영식 선생을 중심으로 우정국(郵政局) 이 개국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후 우체국은 다양한 통신수단과 함께 발전하여 왔으며, 오랜 역사 동안 모든 사람들의 기쁨, 슬픔, 화남, 섭섭함, 아련함 등의 마음을 담아 꾹꾹 눌러 써 보내던 편지도 문명의 발달에 따라 “스피드”를 상징하는 메일, 휴대폰, SMS 등의 통신매체에 의해 대체되고, 이제는 기업홍보나 고지서 등이 우편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는 자라나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서 편지는 너무나 낮선 이름이 되었지만, 아직도 시골에서는 집배원 아저씨가 글씨를 모르는 독거노인들에게 편지를 대신 읽어주고 써주는 잔잔한 미담 소식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편지를 잃어버리고 사는 세대들은 휴대폰, SMS 등을 통해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간단히 전달할 수는 있겠지만, 간단한 만큼 상대방의 심금을 울리게 할 수는 없다.

오늘날 편지가 시대변화와 함께 본래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편지지에 한 글자 한 글자 의미를 되새기며 부모님과 선생님, 그리고 친구들에 존경과 사랑하는 마음을 전달하는 데에는 편지만큼 좋은 수단은 더 없을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을 맞아 그리운 이들의 마음속에 편지란 추억을 담아 드리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