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한아 소제호 대표 “꿀잼 대전 만들고 싶어요”
상태바
[인터뷰] 박한아 소제호 대표 “꿀잼 대전 만들고 싶어요”
  • 이준희 기자
  • 승인 2019.10.21 0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제호(소제동)의 가치를 알리고 싶습니다”

요즘 대전에서 가장 핫한 지역이 있다. 바로 동구 소제동이다. 서구 둔산동이나 유성구 봉명동이 아닌 동구 소제동이라니? 대전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무척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소제동은 철도 관사촌과 오래된 주거지가 있는 곳으로써 발전하고는 거리가 먼 곳이었다. 이런 곳이 어떻게 대전에서 가장 핫한 동네가 됐을까? 

그 중심에는 박한아대표와 뜻을 함께하는 젊은 청춘들이 있다. 서울 종로구에는 익선동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서울의 옛 도심인 종로구에서도 발전이 멈춘 쇠락한 곳이었다. 이곳을 개발해서 전국적인 명소로 만든 사람이 바로 박한아 대표이다. 

박한아 대표는 대전지방 언론인 출신이기도 하다. 그는 서울의 익선동을 성공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고향의 낙후된 지역을 개발해서 지역민들과 함께 번영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대전으로 왔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그를 젠트리피케이션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전의 핫플레이스 소제호를 이끌고 있는 박한아 대표를 만나서 그녀의 솔직한 심정과 앞으로의 비전을 <MBS>에서 들어봤다.

▲ 소제동 개발은 언제부터 시작하신 건가요?

재작년인 2017년부터 시작했습니다.

▲ 왜 하필 소제동을 선택하셨나요? 투자 가치가 높고 발전 가능성이 많은 곳은 얼마든지 있었을 텐데요

저희는 재개발이 좌절돼서 환경적으로나 치안적으로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던 서울 종로의 익선동을 발견하고 오래된 장소가 품은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저희의 노력이 서울 익선동을 전국적인 명소로 만드는데 기여한 바가 있듯이 대전의 소제동도 같은 맥락에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소제동은 100년 가까운 시간이 그대로 쌓여있는 의미가 깊은 곳입니다. 익히 아시는 바와 같이 대전은 철도에 의해서 발전한 근대도시입니다. 소제동은 그런 대전의 도시역사와 맥을 같이 하고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공간성, 장소가 품은 가치 때문에 소제동을 알리는 것에 더욱 큰 의미를 품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웃 공주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대전에는 일가친지와 지인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저는 서울 익선동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곳 소제동의 숨겨진 멋을 개발해서 사람들에게 친숙하면서도 멋진 전국적인 명소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소제동을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 소제동과 익선동이 서로 닮은 점이 있나요?

닮은 점이 많습니다. 우선 원도심이라는 점이 그렇고 발전이 멈춘 쇠락한 곳이라는 점이 그렇습니다. 익선동에는 정비되지 않은 소규모의 한옥들이 골목골목 있고 소제동에는 낡은 관사촌과 구옥들이 골목을 따라 오밀조밀 건립돼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 이런 낙후된 곳을 개발한다는 것이 위험요소가 크기 때문에 남다른 각오가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저희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자금 없이 순수하게 민간이 투자해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일이 100% 잘 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칫 지역민들에게 오해를 살 수도 있어서 오래도록 고민을 했었습니다. 결국 저는 저희 팀의 감각과 열정을 믿어보기로 하고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 대표님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가요? 어떤 사람은 대표님께서 먹튀(젠트리피케이션)가 아니냐 의심하는 분도 있습니다만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물론 저도 사업가라 돈이 싫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돈이 저의 최종 목적은 아닙니다. 저는 일 자체를 즐기는 사람입니다. 

남들이 외면한 곳을 새롭게 재탄생 시켜서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모습을 보면 굉장한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그것은 돈으로는 얻을 수 없는 큰 기쁨입니다. 외국 속담에 ‘하루를 충실히 보낸 사람은 편안한 숙면을 취하고 인생을 충실하게 산 사람은 행복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하루살이가 아닙니다. 돈에 눈이 멀어서 지역민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명분을 잃으면서까지 부를 쌓고 싶지는 않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저희는 익선동을 개발한 장본인입니다. 

익선동에는 개발당시부터 지금까지 저희가 운영하고 있는 매장이 8곳이나 됩니다. 만일 저희가 젠트리피케이션이라면 그것부터 진즉에 팔아치웠겠지요.

▲ 그렇겠네요. 대표님의 향후 계획은 무엇입니까?

저는 대전 소제동에 법인을 설립하고 지역의 젊고 유능한 디자이너와 우수한 직원들을 고용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저는 소제동을 전국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스토리도 개발하고 젊은이들이 좋아할만한 디자인과 인테리어, 먹거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언젠가 공중파 방송에서 어떤 분이 ‘대전은 노잼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대전이 노잼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바로 획일적인 건축물과 단조로운 문화 때문입니다. 

건축학자들 사이에서 대전은 6대 광역시 중 가장 멋이 없는 도시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아파트와 주상복합 건물들이 지나치게 많고 오래되고 개성 있는 건물들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입니다. 유럽의 도시들은 오래된 건물과 새로운 디자인이 결합돼서 개성이 넘치는 건축물이 많습니다. 

관광객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추억도 어떻게 다듬느냐에 따라서 귀한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오래된 골목길 하나도 잘 관리하면 멋진 유산이 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조금만 노력하고 다듬으면 얼마든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것들이 우리 주변에는 널려 있습니다. 

이것을 무분별하게 훼손하고 무너뜨려서 획일적인 아파트를 짓는 것이 바로 대전을 노잼으로 만드는 원인이기도 한 것입니다. 저희는 ‘대전은 꿀잼이다’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열정을 바치고자 합니다.

▲ 바쁘신 가운데 오늘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희는 지금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하기 위해서 이곳에 왔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동구 소제동 관사촌은 모두가 포기하고 외면하던 곳이었습니다. 

저희는 이곳을 전국적인 맛집, 멋집,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꿀잼, 핫플레이스로 만들고자 합니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정말 엄청난 에너지와 끈기가 필요한 작업입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자본도 많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대전에 와서 너무 힘이 듭니다. 서울에서도 이렇게 힘이 들지는 않았습니다. 

솔직히 대전에서 이렇게 비협조적이고 소모적인 시간을 보낼 줄은 몰랐습니다. 저희는 대전과 함께 발전하고 싶습니다. 이곳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지역을 대표하는 맛집 멋집을 키워내고 싶습니다. 이런 일은 정부에서 수십억원을 투자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단순히 자본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열정과 혼을 바쳐서 모든 것을 불살라야 합니다. 그러니 저희를 향한 색안경을 벗고 저희의 진심을 바라봐 주세요. 

저희와 함께 대전을 멋지고 재미있는 도시로 만들어 가요. 혹시라도 도와주시지 못한다면 제발 방해만이라도 하지 말아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소제동은 1926년까지 소제호(蘇堤湖)가 자리했던 곳이다. 소제호(蘇堤湖)는 중국의 3대 비경 중 하나인 강소성 소주(蘇州)에 버금갈 만큼 그 경관이 빼어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소제호는 1927년 일제에 의해서 메워지고 그 자리에 철도 관사촌을 세웠다. 박한아대표는 대전에 세운 법인이름을 ㈜소제호라고 지었다. 소제호라는 이름처럼 대전에도 아름답고 이름 높은 대전의 명물을 만들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편집자 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