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칼럼] 어찌 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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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칼럼] 어찌 하오리까?
  • 이정희 수필가 한국문학시대로 등단 국제PEN회원
  • 승인 2019.07.3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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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칼럼니스트

난세라더니 지금의 우리나라 형편이 난세인 듯싶다.

나라가 힘이 없어 국권을 상실했다가 겨우 독립국가로 일어서자마자 북한공산당의 남침으로 6·25라는 뼈저린 혼돈의 아픔을 격은 민족이다.

그런가하면 4·19 학생혁명으로 나라는 민주화로 자유를 누리는가 싶더니 5·16군사혁명으로 또다시 독재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러나 개발독재라는 구호가 보릿고개를 넘어서게 되었고 한때 마이카시대를 외치면서 거침없는 성장으로 소위 G20국가의 위치에 올라섰다.

그리고 이제는 민주화와 자유가 팽배해지고 웬만하면 마이카를 소유하고 해외여행도 자유로워진 세상에 살고 있어서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라고 자부심마저 느끼며 살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모두가 불안하기만 하다. 연일 카톡으로 들어오는 비판의 소리를 전적으로 믿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건 아닌데 싶은 우려가 앞선다. 경제주도성장을 밀고 가는 정부의 말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소자본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사업가들이 한결같이 울상이다.

시간수당이 높다보니 알바를 쓸 수 없다는 이야기다.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들이다. 그런데도 정권을 쥐고 있는 여당은 20년을 더 지키겠다고 호언을 한다.

미국 대통령이 말했듯이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는 독립운동을 하기는 했으나 미국이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을 꺾었기 때문에 쉽게 독립을 했고 6·25전란 때도 16개 우방국의 지원이 있었기에 북한 공산집단을 물리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미군의 희생은 우리나라가 살아남는데 크게 공헌을 했음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데 한미동맹이 삐거덕거리는 느낌이고 일본은 물품 생산에 필수적 품목을 수출하지 않겠다고 갑질을 하고 있다.

이런 불안한 시기에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 영공을 휘젓고 다니질 않나 북에서는 또 트집을 잡고 광폭해지고 있는 이 시대에 어디 나라를 간명하게 들어 올릴 인재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

여기에서 임진왜란에서 애국충심을 불태웠던 충무공이나 조선시대의 인물 백사선생과 같은 인물이 나오기를 염원한다. 백사 이항복은 어머니께서 낙태하려고 독극물을 먹었지만 무사히 태어난 인물이다. 태어나 사흘 동안 젖도 먹지 않고 울지도 안았다고 한다.

그런데 첫돌이 되기 전에 우물에 빠져 죽을 뻔한 일화가 있다. 유모가 안고 우물가에서 잠시 졸고 있는데 꿈속에 얼굴이 긴 백발노인이 나타나 어찌하여 아기를 돌보지 않느냐고 호통을 치면서 지팡이로 종아리를 내려치기에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아기가 막 우물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였다. 그리하여 아슬아슬하게 아기를 구하게 되었다.

그런 일이 있은지 몇 달 후에 백사의 조상인 고려의 명신 이제현의 제사를 지내게 되었는데 유모는 제상위에 놓인 영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물가에서 졸고 있을 때 지팡이로 종아리를 때린 그 인물과 같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오성과 한음”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오성은 오성부원군 백사 이항복이고 한음은 같은 시대의 이덕형을 가리키고 있음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오성은 그의 장인이 임진왜란 당시 행주대첩에서 대승을 거둔 도원수 권률 장군이고 충주 탄금대에서 전사한 신립 장군은 동서였다.

이항복은 한 때 율곡 이이 선생의 천거를 받아 임금 앞에서 <강목(綱目)>을 함으로써 인정을 받아 이덕형 등과 함께 홍문관에 들어갔다. 후에 그는 높은 벼슬에 올라 정사를 보살피면서 시시비비를 공평하게 가려주었으므로 그의 은혜를 입은 관리들이 많았다. 그는 여론보다는 대의를 좇았던 인물이다.

임진왜란 당시에 선조는 의주까지 몽진해가는 참담한 처지에 있을 때 명나라에 원병을 요청하여 이여송을 맞이하려 가야하는데 조정대신 어느 누구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벼슬이 도승지에 올라 있던 이항복이 자원을 했다.

키가 작은 이항복은 신발 뒤축에 솜뭉치를 넣어 키가 커 보이게 하고 배를 타고 압록강에 나가 건너오는 이여송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여송이 말없이 손을 내밀었는데 도대체 돈을 내 놓으라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때에 이항복은 도포자락 안주머니에서 두루마리 한 폭을 건네주었는데 이여송이 그 두루마리를 펼쳐보고서 하는 말이 키만 조금 작았으면 정승감이고 하지 않겠는가. 그 두루마리는 바로 조선의 지도였다. 이항복은 미리 예견하고 지도를 들고 갔던 것이다.

군인이 전투를 하려면 당연히 지도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여송도 인물을 볼 줄 아는 지혜가 있었던 모양이다. 결국 명나라의 원병 때문에 일본은 패하여 돌아가고 말았다.

지금 우리나라는 사면초가에 싸여 있는 형국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나라를 깔보고 제멋대로 우리의 영토를 넘나들고 있고 북에서는 미사일 발사 등 막말과 함께 못된 짓을 하고 있다.

더욱이 일본이 경제전쟁이라 일컫는 작태를 부리고 있는 이 험난한 시국에 누가 선뜻 나서서 위기를 극복하고 누구도 우리나라를 깔보지 못하게 든든한 나라로 치켜 올릴 수 있을까? 선량한 국민들이 맘 놓고 살게 할 수 없는 것일까. 어찌 하오리까? 이 늙은이도 필요한 곳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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