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따돌림이 없는 학교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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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따돌림이 없는 학교를 그리며
  • 뉴스밴드(편집부)
  • 승인 2012.01.1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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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대전대신고등학교 박영진 교장
박영진 대전 대신고 교장.
최근 우리 사회의 커다란 이슈는 학교 폭력이다. 지난 달 대구 모 중학교 학생이 친구들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난 뒤 경기, 서울, 대전, 광주, 강원 등 전국적으로 봇물 터지듯이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에 대한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학교 폭력은 청소년들의 일탈행위로 요즈음엔 친구를 괴롭히는 정도를 넘어서 폭력과 금품갈취, 성폭행 등 차마 나이 어린 학생들의 행동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조직화 흉포화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런데 이런 일에 가담한 학생들이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자녀들이 아니라 전문직에 종사하는 가정의 자녀들이 70%에 달한다는 보도가 우리를 더욱 경악케 한다.

부모가 전문직에 종사하는 중산층의 자녀들이 학교 폭력에 연루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모들이 직장 문제로 바빠서 자녀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들은 자녀의 학교성적이 크게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문제 삼지 않고, 평소 자녀들에게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것이 중산층 부모의 특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병리현상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문제이기에 원인을 규명하여 그 해결책을 마련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발 빠르게 대책회의를 통해서 117신고 전화를 개설하고, 상담 전문교사를 배치하며, 스쿨 폴리스와 학교 지킴이를 통해 순찰을 강화하고, CCTV를 설치하며, 여기저기서 성명서를 발표해도 여전히 뾰족한 답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학교를 중심으로 구성원들이 스스로 고민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그 해답은 학교 선생님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처럼 학생들은 선생님의 격려와 보살핌 속에서 성장한다. 학생지도에 열정을 갖고, 부지런히 교실을 드나들며 학생들과 교류하는 선생님의 학급에서는 문제가 일어나도 쉽게 해결되고, 큰 문제도 일어나지 않는다.

교직은 사람을 길러내는 숭고한 직업이다. 그러므로 교사는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라 사명감을 요구한다. 봉급 때문이라면 다른 직업을 선택해야 하고, 돈을 벌려면 사업을 해야 한다. 선생님 뒤에는 영글어 가는 우리의 미래가 있다. 그들의 인격형성은 교사의 몫이다.

학급당 학생 수가 많고, 수업과 잡무에 시달려 학생들과 상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열정을 가진 교사는 다르다.

20년 전엔 지금보다 환경이 열악했다. 60명이 넘는 담임반 학생들을 가정방문까지 해가며, 늦게 귀가해서 보채는 어린 자녀들을 일찍 재우고 교재연구를 하면서 학교생활을 했었다는 선배교사들의 이야기가 아직도 귓가에 남아 있다.

교사는 자기 전공교과만 강의하는 대학 교수나 학원 강사가 아니다. 학생들과 함께 청소하며 활동하고, 인성지도도 하며, 상담을 통해서 진로를 설정하는데 조언해 주고, 적성과 특기를 계발하는 일도 담당하면서 학생들을 자기 자녀나 동생처럼 생각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아어야 한다. 그래서 교사라는 직업이 어려운 것이다.

다음으로는 학교생활은 즐거워야 한다.

시험성적으로 학생들을 한 줄로 세워 일등에게만 박수를 보내고, 나머지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어 공부만 잘하는 바보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특목고나 명문대학에 많이 합격시키는 것만 자랑할 것이 아니라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완전학습이 이루어지도록 지도하여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즐거움을 느껴야 한다.

대학입학 전형도 입학사정관제로 바뀌고 있다. 그러므로 수능점수를 갖고 줄 세우기를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취미나 적성에 맞는 영역을 선택해서 즐겁게 배우고,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일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진로지도를 강화해야 한다.

또한 커리큐럼을 다양하게 편성해서 주요 교과 외에도 음악, 미술, 체육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정서 발달을 도모하고, 취미활동을 통해서 평생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울러 준거집단 활동으로 호연지기를 기르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전인적(全人的)인 지도를 해야 한다.

학교생활이 즐거워야 미래가 행복하고, 그래야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학교는 사법기관이 아니다. 그러므로 잘못된 행동을 할 경우에는 보듬어 안고, 함께 고민하면서 문제점을 찾아서 해결해 주는 곳이 되어야 한다. 징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에 문제 학생을 처벌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소통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갈 때, 건전한 가치관을 가지고 건강하고 바르게 생활하는 것이 공부만 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그러므로 부모는 자녀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무슨 일에 관심을 기울이며,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학원으로 몰아넣고, 공부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자기가 남보다 잘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선생님이나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사 찾아주어야 한다.

부모의 따뜻한 보살핌이 자녀들을 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 건강하게 만든다. 아이들만 집에 두고, 돈을 벌기 위해서 뛰어다니다가 아이들이 잘못된다면 의미 없는 일이 되고 만다. 그래서 핵가족보다는 조부모와 3대가 함께 살면서 가정 안에서 기본 생활습관을 익히고, 웃어른을 공경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삶의 태도를 부모가 몸으로 가르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경제력이 든든한 사람도 누구를 만나든지 서로 공대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학벌이나 재력이나 지위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장애를 가졌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는 사람을 배려하고 더 따뜻하게 포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일등만 기억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넘어졌다가 일어나서 다시 뛰는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격려와 박수를 보내듯이 우리 아이들이 자신보다 부족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잡아 주고, 이해해 줄 수 있는 사회를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야 한다.

교원을 양성하고 임용하는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

임용고사에서 객관식 점수 1-2점을 더 얻은 사람이 교사로 임용되는 것보다는 학생들을 더 사랑하는 사람을 뽑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시절의 교과 성적과 함께 다양한 학교생활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인성과 각종 활동을 점수화하여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에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들을 정식교사로 임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서 학교에 근무하는 모든 교사들이 열정을 갖고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교사들이 신분상의 불안으로 학교생활에 애정을 갖지 못하고 다음 학기 임용을 위해 고민한다면, 학생교육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지 못 할 것이다.

폭력과 집단 따돌림이 없는 학교를 생각하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선생님들이 학생지도에 열정을 갖고, 아이들이 학교생활에서 즐거워하며, 가정에서 부모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아마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서로를 존중하고, 학생들을 사랑할 수 있는 많은 선생님들이 교단에 서는 날에는 학생들의 일탈된 행동이 없고, 만족도가 매우 높은 학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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