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의사(醫師)가 병이 나면(의사가 환자가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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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의사(醫師)가 병이 나면(의사가 환자가 되면)
  • 뉴스밴드(편집부)
  • 승인 2011.12.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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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구 내과 원장

 

조영구 내과 원장.
의사가 병이 나면 약 먹거나 수술할 병이면 수술하면 그만이지 특별한 것이 있을까요?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을 들어 보셨지요? 말하자면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간혹 내가 아파서 고통 받고 있다든지, 모임에 나갈 수 없다고 말하면 주위 사람들이 무어라고 하는지 아십니까? 의사도 아프냐고 농담반 진담반 말들 합니다. 말하자면 아픈 사람을 돌봐야 할 전문가가 본인이 아프면 남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느냐는 뉘앙스이겠지요. 하지만 의사도 사람인지라 분명이 병들고 고통 받고 죽는다는 사실이지요.

여기서 간단한 병이면, 예를 들면 감기나 배탈, 위염 등과 같은 가벼운 병이면 의사도 자가진단하고 약을 먹지요. 하지만 약을 먹었는데도 또 이제 나아져야 하는데도 안 나을 경우는자신이 내린 진단이 틀리지 않나 하고 의심하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동료의사에게 상의하게 되지요.

병에 대하여 너무나 잘 알고 있으므로 예후가 가벼운 것부터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하게 되어 잘 안 풀릴 때는 일반인보다도 걱정이 많아지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의사들은 자기 자식이나 훼미리(家族)들은 친구의사에게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병의 진단을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자기가 앓고 있는 증세나 병은 가볍게 생각하기 일쑤이고 나쁜 병은 본인에게는 절대 생길 수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스스로 위안하는 경우가 많아, 병이 나면 초기에 발견치 못하고 상당히 진전된 후에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암(癌) 같은 병은 환자들이나 걸리는 병이고 자기에게는 설령 그런 병이 의심이 되어도 차마 나는 아닐 것이라고 자기 마음대로 판단하다가 결국에는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허다 합니다.

내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었고 내 친구 외과 의사는 평소에 술도 잘 마시고 운동도 열심히 하며 건강을 과시하였었는데(관상동맥이 좁아져 소위 스텐트를 박은 것 외에는 아주 건강하다고 자부하던 친구) 가끔 장이 불편하여도 장암이 본인에게 발병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않다가 급기야는 배가 꼬이고 통증이 심하여 검사해보니 장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여서 결국에는 수술 받고 항암주사를 맞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본인도 외과의사라 수술 담당교수에게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다고 미안해 하니까 그 교수 왈 “병이 진행되어 오는 환자들은 거의가 의사들입니다”라고 하더랍니다. 결국은 제 몸이 썩는 줄 모르고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의사들에게 많습니다. 물론 대부분은 조기에 발견하는 경우가 더 많지요.

또 한가지 문제는 소위 VIP신드롬입니다. 친한 친구나, 사회저명인사 등 특별히 관심 갖고 잘 해주어야 할 환자는 많은 경우 실수를 하여 오히려 그만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진을 한다거나 생각할 수 없는 실수를 한다던지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우리 의사들이 이 문제에 대하여 여러가지로 원인을 분석 해보아도 아마도 너무 조심하다 보니 오히려 생각지 않는 실수를 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결론입니다. 내 안사람도 소위 디스크(추간판팔출증)가 있어 수술을 받았는데 특별히 잘 하는 교수 3명이 수술을 하였는데도 신경을 절단하는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하여 피차간에 어려운 처지가 된 적도 있었습니다. 어떤 의사가 고의로 그렇게 하였겠습니까? 결국 운명이라는 말이 나오지요.

또 한가지 흥미있는 일은 의사가 입원하고 나면 환자들에게 더 친절해지고 더 자상해진다는 점입니다. 본인이 환자가 되어 입원해 보면 간호사나 담당의사가 자기 뜻대로 안되고 모든 것들이 못마땅하고, 불친절한 것 같아 환자들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어 퇴원 후에는 더욱 열심히 대하고 환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데 적극적이 된답니다. 의사라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점들이 있다는 것을 한번 말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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