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정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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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정앞에서
  • 이요섭 편집장
  • 승인 2009.05.26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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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과 분리의 세상을 지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그것도 자신이 나고 자란 마을 뒷산에서 몸을 던져 미진한 생을 마감했다.

나는 그분이 대가성 금품을 받지는 않았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것이 대가성이었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일이 일어났든, 그 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평소 원칙과 소신을 중요하게 여겨왔던 그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길을 택하고 말았다.
문제는 그 후의 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 의해 이명박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훼손되었고 보수 성향 정치인들의 조문은 아예 원천봉쇄 되고 있다.

지지자들의 비통하고 억울한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고인의 뜻에 부합되는 일일까? 진정으로 고인을 아끼는 지지자라면 더이상 고인의 뜻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도 모자라 동서와 여야로 갈라져서 형제끼리 물고 뜯는 왜곡과 분리의 세상을 무엇보다도 가슴아파했던 고인의 뜻을 기억해야 한다는 말이다. 조문을 하겠다는 사람은 그가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이든 막아서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올바른 행동일 것이다.

아울러 이제는 보수든 진보든 서로의 생각과 입장이 다르다고 적대시하는 한심한 작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또 어떤가? 왼손에 뾰두라지가 났다고 해서 잘라낼 것인가? 또, 오른손이 더러워졌다고 버릴 수야 없지 않겠는가?

우리는 모두 한 몸이다. 모자라고 부족한 것은 서로 채워주자. 당파싸움에 골몰하느라 매번 왜침을 당해야 했던 어리석은 과거를 더 이상 되풀이하지 말자.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보면 잠시 답답하고 미운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본말을 호도하거나 왜곡하진 말아야 한다.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고 했던 고인의 마지막 유지를 받들어 이제는 우리가 서로의 아픔을 끌어안고 존중해 주도록 하자. 관용과 배려로 성숙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자. 왜곡과 분리의 세상을 지나 비로소 안식을 찾은 그분의 영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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