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장외 챔피언 ‘상하이 암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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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장외 챔피언 ‘상하이 암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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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8.1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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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살아남아 응원가자” 5년전 약속 지켜

13일 오전, 베이징올림픽 농구 예선전이 열리고 있는 우커쑹 농구장에는 특별한 응원단이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상하이에서 올라온 암환자 198명으로 구성된 올림픽 응원단이었다. 암환자들의 모임인 ‘상하이 암투병클럽’이 2003년부터 시작한 ‘5년 동안 건강하게 살아서, 올림픽 응원하러 가자’는 운동에 참가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클럽 측이 제공한 돼지 저금통에 하루 2위안(300원)씩을 넣어 1인당 3650위안의 여비를 마련했다. 당초 이 운동에 참가한 암환자는 2000여명. 그러나 도중에 세상을 떠나는 등 이런저런 사정으로 탈락자가 속출했지만 최종적으로 198명이 남아 5년 만에 약속을 지킨 셈이다.

이들은 앞서 12일 오전에는 톈안먼 광장을 찾아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환자들은 “금메달리스트만 승리자가 아니다. 우리도 이겼다”고 외쳤다. 참석자 중 천야디 모자가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엄마는 올림픽을 참관하고, 당시 14세 중학생인 아들은 베이징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서 올림픽 자원봉사자로 일하겠다는 약속을 지켰다”면서 부둥켜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 모임의 성사는 위안정핑 상하이 암투병클럽회장의 개인적인 경험이 큰 몫을 했다. 위안 회장은 1982년 6월 30세의 나이로 결혼한 지 1주일 만에 몸이 불편해 병원을 찾았다가 임파선암 판정을 받았다. 임파선암은 말기의 경우 2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20%에 불과하다는 비정한 통보였다. 그는 갓 결혼한 아내를 두고 이대로 세상을 떠날 수는 없다며 마음을 굳게 다졌다.

그가 입원했을 당시 공교롭게 스페인월드컵 축구대회가 열기를 더할 때였다. 열렬한 축구팬이었던 그는 소형 TV 한대를 사서는 밤마다 병원 화장실에 가서 월드컵 중계를 보면서 “이번 월드컵은 물론이고, 다음 월드컵도 반드시 보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이 같은 염원이 암세포를 죽였는지 결국 4년이 지났고, 그는 기적같이 살아났다. 위안 회장은 “암환자가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면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상하이 암환자들은 올림픽 입장권이라는 장애물을 만났지만, 이 소식을 전해들은 올림픽 공식후원업체 차이나텔레콤 상하이 지사 직원들이 자신들에게 제공된 농구 입장권을 포기하면서 기회를 얻었다. 위안정핑 회장은 “사람들의 마음에는 자신만의 올림픽이 있다”며 “자신을 이기는 것이 바로 올림픽 정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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