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일제 칼럼]‘心爲形役乃獸乃禽’을 먼저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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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일제 칼럼]‘心爲形役乃獸乃禽’을 먼저 배워라
  • 뉴스밴드(편집부)
  • 승인 2011.10.2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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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도당(凝道堂)에 걸려 있는 뜻 -‘心爲形役乃獸乃禽’을 먼저 배워라-

우일제 칼럼니스트.
며칠 전 10월 20일 논산시 연산면에 있는 돈암서원에서 대전일보사와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주관하는 기호유교문화(畿湖 儒敎文化) 학술세미나가 열렸다.

충청도가 자랑하는 문화유산 돈암서원이 중심이 된 기호유교문화(畿湖 儒敎文化)의 자원 활용에 대한 세미나였다. 흔히 조선 유학이라고 말하면, 매우 부정적으로 매도하고 평가 절하하는 경향을 보게된다.

그 이유는 유교문화가 전근대적이요 공리공론과 비현실성, 당파성, 관념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때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말이 유행이 된 적이 있었다.

이러한 인식 은 유교문화의 본질을 너무나도 모르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이 심화된 것은 일제 식민사관의 의도적인 정책과 민족주의 인사들의 자성론, 여기에 서구산업사회가 진전되면서 더욱 왜곡되고 굴절되면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한국 유학의 양대 거봉을 퇴계(退溪) 이황(李滉)과 율곡(栗谷) 이이(李珥)라고 했을 때 경북 안동에서는 ‘퇴계학’을 바탕으로 한 유교문화는 상당한 논의와 연구와 보존이 이루어졌지만, 또 하나의 축인 율곡학이 뿌리내린 이곳 충청도에 대한 관심은 그와 같지 못하였다.

사람들은 충청도가 막연히 양반의 고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율곡학이 뿌리내리고 시대적으로 재창조해 된 지역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16세기말 사계 김장생이 황해도 해주에서 율곡 이이의 가르침을 받고 충청도 연산으로 돌아와 후학을 양성하면서부터 기호유학의 토대가 이루어졌다.

사계 김장생부터 신독재 김집, 우암 송시열, 수암 권상하로 이어지는 당대 석학들이 기호유학을 대표한다. 바로 이들이 17세기 이후 조선후기의 사회를 지배했던 주류였다.

이들은 조선의 학계와 정계를 주도하면서 학문적으로 예학을 발달시키고 효종을 도와 북벌사업에 나서고 사회 개혁을 주장한 주역들이다.

이러한 기호유학자들은 현실 참여적이고 현실을 책임지려는 의식이 강하였다. 강직한 ‘충절정신’이 기호유학의 특징이다.

이러한 정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구한말까지 매서운 호국 애국정신의 행동으로 살신성인을 보여준 수많은 충청양반들을 통해서 입증이 되었다.

이날 기조 강연을 한 이해준교수(공주대)는 ‘조선시대는 양반 때문에 망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양반이 없어서 망했다.’고 말했다.

조선의 유학자들은 현실개혁의 이론가들이며 특권세력의 독점에 반기를 들고, 향촌의 자율성을 추구하던 양심세력이라고 말한다. 조선시대는 ‘도덕과 지성’이 존중된 사회며 선비정신을 실천한 시대다.

그들은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의 격을 가르고 비판과 공론을 통한 민의의 대변자와 실천을 중시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귀감을 삼고 부러워해야 할 모델이 되어야 한다.

돈암서원의 응도당(凝道堂) 아래에 걸린 글자가 확대되어 눈에 들어온다. 心爲形役乃獸乃禽(심위형역내수내금)이다. -마음이 공명과 잇속에 얽매이면 곧 짐승이다.-

지금 전국에서는 보궐선거의 광풍이 지나간다. 서울시장과 크고 작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선거가 휘몰아치고 있다. 내년에 치러지는 총선과 대선이 얼마나 갈등과 대립을 가져올 것인가?

이럴 때, 선비정신(양반정신)이 아쉽다. 저마다 국민을 위한다지만, 집단과 패거리의 광란처럼 보이는 것은 왠 일일까? 가장 먼저 없어져야할 집단이 정치인 집단이라는 설문조사가 사실이라면, 그것은 양반정신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心爲形役乃獸乃禽(심위형역내수내금)이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돈암서원은 한 문중만의 서원이 아니다. 충청도와 이 나라의 정신문화를 지탱해 줄 중요한 국민적 재산이다.

‘마음이 공명과 잇속에 얽매이면 곧 짐승이다’라는 말의 의미를 선거에 나서는 선량들이 배워야 할 첫 번째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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