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덕환 칼럼] 비핵화 회담과 중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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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덕환 칼럼] 비핵화 회담과 중재자
  • 곽덕환 한남대 교수/한중지식인포럼의장
  • 승인 2018.05.26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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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덕환 한남대 교수/한중지식인포럼의장

6월로 예정 되었던 싱가폴에서의 북미 양국 정상 회담은 어제 트럼프의 취소 결정으로 무기한 보류되었다. 

어찌 보면 이러한 일들은 양국이 핵무기를 폐기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면서 한반도에서의 새로운 구조를 만들어 보자는 큰 틀에서의 생각에는 의견을 같이했으나, 그러한 것들을 어떤 방식과 절차를 걸쳐 이룰 것이냐 하는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아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지는 불협화음 들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상황에 직면하여 한국 내 여전히 다수 의견은 역시 우리 정부가 나서서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남북정상 회담과 한미정상 회담을 거쳐 쌓아온 교류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가 이러한 역할을 맡아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국의 중재자 역할에 대한 한계도 역시 실감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중재자는 그 자체가 단순히 양측의 의견을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때로는 협상하는 양측에 압력을 행사하여 최종적으로 협상이 원만한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힘과 카드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미국을 회담장으로 나오도록 압박할 또한 더구나 북한을 강제할 어떤 힘이나 수단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한반도 이해 당사자 국가들을 살펴볼 때 역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기에 적당한 중재자는 중국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 포기 후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종전 선언의 당사국 중 하나이며, 북한이 원하는 경제 개발의 선행 조치로써 유엔에서의 대북한 제재 철폐를 결의할 수 있는 상임이사국의 일원이다. 

더 나아가서 북한과 국경을 맞닿아서 직접 경제 교류를 수행할 수 있는 국가이며, 미국과는 향후 세계 질서를 개편하는 문제 뿐 만아니라 동시에 동아시아 지역에서 주도권 행사에 참여하려는 의욕을 가지고 있는 경쟁자이다. 

북한의 핵문제는 단순히 북한과 미국과의 문제 일뿐 만아니라, 향후 동북아 질서에 대해서 중국과 미국의 협상이 필요한 사안이라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는 이제 전개되는 상황을 자꾸 과거의 냉전 구도나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문제를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는 것일 것이다. 

북한은 무조건 빨갱이니 상대할 수 없고 같은 공산국인 중국은 믿을 수 없으며, 미국은 우리의 동맹이니 어쨌든 같이 가야한다는 식의 사고로는 미래 한반도에서의 평화와 번영을 열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이제까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과의 소통에 우선적으로 온 힘을 다해 왔다면, 이제는 중국이나 북한에 보다 더 마음을 열고 그들의 생각과 의견을 헤아리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려야 할 것이다. 

향후 중국이 구상하는 세계 및 동북아 질서는 무엇이며, 북한이 진정으로 바라는 한반도 모습은 무엇인지? 그 속에서 한국의 역할은 어떠해야 하며, 향후 미국과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모색하면서 그에 대한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그런 인식과 준비가 갖추어진 상태에서야 우리 앞에 놓여있는 비핵화 달성과 한반도 평화 실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풀 수 있는 단초가 보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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