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들이 나의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유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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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이 나의 가족이라는 마음으로/ 유족들의 마음을 생각하며
  • 최정현 기자
  • 승인 2017.12.28 14: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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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32사단 세종시경비단 병장 김지수

올해 3월부터 시작되었던 ‘2017년 6·25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이 11월 17일을 끝으로 모두 종료되었다.

나는 제2작전사령부 유해 발굴 1팀에 소속되어 경상북도 영천시, 문경시, 충청북도 영동군에서 발굴에 참여했다.

이 지역들은 모두 후방에 있어서 민간인들의 접근이 쉬웠고 그로 인해 유해와 유품이 많이 사라졌다고 한다.

그리고 유해를 발견하더라도 전방 지역보다 신원확인이 어렵다. 이 지역들은 6·25전쟁 초기인 1950년에 전투가 벌어졌던 곳인데, 1950년에는 아직 군번줄이 지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해가 발견되더라도 전방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원 확인에 어려움이 있다.

우리 발굴팀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을 제외하고 약 6~7개월 동안 발굴을 계속 진행했다. 발굴을 하면서 해발 200미터가 조금 넘는 쉬운 산부터 해발 800미터가 넘는 높은 산까지 다양한 곳을 발굴했다.

매일 마다 산을 오르내리면서 생기는 육체적인 피로보다도 나를 더 힘들고 지치게 만들었던 것이 있었다. 바로 ‘의심’이었다.

발굴을 하다보면 아무리 땅을 파도 유해는커녕 폭탄 파편이나 탄피조차도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시간이 길어지면 ‘여기에서 뭐가 발견되기나 할까? 우리가 헛고생하면서 힘만 낭비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이 생기면서 점점 의욕이 떨어지고 지쳐갔다.

그러던 중, 발굴 부대의 중대장님께서 하신 말씀을 듣고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발굴 현장에서 삽질을 하는데 돌이 많아서 삽질이 잘 안 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때 발굴부대의 중대장님께서 옆에 있는 병사에게 말씀하셨다. “유해 발굴 해보니까 많이 힘드네. 근데 여기 묻힌 사람이 우리 가족이라면 아마 끝까지 팠겠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전사자 가족들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유족들은 매우 간절한 마음으로 전사자 유해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내가 좀 힘들다고, 내가 좀 편하자고 그분들의 간절한 마음을 무시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나는 마음을 다잡고 유해발굴이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발굴에 참여하였고 우리 발굴팀은 올해 총 13구의 유해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 발굴팀이 수습한 13구의 유해가 빠른 시일 내에 신원확인을 마치고 유족들의 품으로, 조국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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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rals 2017-12-29 09:12:14
유해 발굴을 위해 고생 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신 분들 모두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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