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진 교장 교육칼럼]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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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진 교장 교육칼럼] 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를 위하여
  • 뉴스밴드(편집부)
  • 승인 2011.06.13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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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생활기록부의 신뢰를 위하여

박영진 대신고 교장.
1866년인 고종 3년에 일어난 병인양요(丙寅洋擾) 때 프랑스 함대에게 약탈당했던 우리 문화재인 외규장각 도서가 145년 만에 귀환했다.

그동안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보관해 오던 조선왕실의궤(朝鮮王室儀軌) 297책은 지난 4월 14일 1차분을 시작으로 4차례에 나눠서 귀환했고,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다는 보도를 보았다.

조선왕실 ‘기록문화의 꽃’이라고 불리는 조선왕실의궤(朝鮮王室儀軌)는 조선시대 국가나 왕실에서 거행한 중요한 행사를 기록과 그림으로 남긴 보고서 형식의 책을 가리킨다.

‘의궤(儀軌)’는 의식(儀式)과 궤범(軌範)을 가리키는 말로 ‘의식의 모범이 되는 책’이라는 뜻인데, 이 책은 후대에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려는 목적에서 편찬됐다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 생활에서 ‘기록’은 매우 필요하고, 그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기록물은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낱낱이 기록한 ‘학교생활기록부’가 있다. 여기에는 개인의 성적뿐만 아니라 학교생활과 그 밖의 것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긴요한 자료가 모두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어떤 사람들은 결혼할 배우자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보려고 문의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대학에서는 대학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하면서 학교생활기록부에 등재된 내신 성적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3개년의 각종 활동과 수상실적 등 기록된 내용을 계량화하여 반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생활기록부는 교사가 임의로 기록하고 첨삭하거나 정정할 수도 없으며, 반드시 그 작성과 관리는 지침에 따라야만 한다.

그동안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된 학생 개개인의 대외 수상실적을 대학입학 전형에 반영하면서 논란이 많이 있었다. 각종 경시대회나 대외활동에 참여하여 입상하기 위해 사설 교육기관에 의존해서 준비하므로, 공교육보다는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으며, 자연스럽게 학부모와 가계의 큰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봉사활동 기록도 학생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주변 환경을 정리 정돈한다든가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서 돌아보고, 일손을 함께 돕는다든가 하는 활동은 매우 바람직스럽고 장려할만한 일이지만, 어떤 학생들은 부모와 함께 해외에 나가서 많은 비용을 써가면서 활동한 것을 내세우거나 외국 청소년들과 교류하면서 스펙을 넓힌 것을 봉사활동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이런 일은 진정한 봉사활동의 의미를 훼손할 수 있으며 오히려 우리사회에 위화감을 조성하기가 쉽고, 아직 정체성이 형성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는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늦게나마 학교 이외의 기관에서 수상한 실적과 해외에서의 봉사활동은 대학입시에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교내에서 이루어지는 활동과 입상성적만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할 수 있게 되자, 일부 학교에서는 각종 교내대회를 무분별하게 개최하고 진행하면서, 상장을 대량으로 남발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우리학교에서는 신규교사를 채용할 때, 면접 자료로 고등학교시절 학교생활기록부를 구비서류가 아닌 임용자료로 비중 있게 다루고 있으나, 응시자의 대학성적표는 단지 참조하는 정도로 활용한다.

이는 대학교의 성적이 절대평가에다가 취업을 위해 교수님들이 성적을 넉넉하게 주면서 선심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기에 평가 자료로서는 신뢰(信賴)할 수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신뢰(信賴)’는 무언의 약속이고, 무형의 자산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고등학교의 내신 성적이나 학교생활기록부가 대학입학 전형자료로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쉽게 출제되는 ‘물수능’에 무엇을 가지고 학생들을 평가하여 선발하겠는가? 그리고 대학에서 바라보는 고등학교 교육에 대한 ‘신뢰성(信賴性)’은 어떻게 되겠는가? 곰곰이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앞으로 학교생활기록부가 대학입학 전형자료로 신뢰를 얻고, 대학입학사정관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그 기재 내용과 교내 행사 및 각종 수상기록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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