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지방병무청] 용기와 진정한 노고는 나에게서 배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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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지방병무청] 용기와 진정한 노고는 나에게서 배우고
  • 대전충남지방병무청 징병검사과장 김 향 구
  • 승인 2016.10.20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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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향구 과장

한 달에 한번 꼴로 생계곤란 병역감면처분 심의위원회가 열린다 이는 법과 규정의 잣대로만 판단하기 어려운 사항에 대해 위원들이 모여 다양한 각도에서 안건 내용을 검토하고 결정하는 과정이다

공정한 처분을 위해 내부직원들 뿐만 아니라 법률전문가 사회복지사 등을 위원으로 위촉한다. 우리행정 중 몇 안 되는 재량행정의 일부를 수행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심의위원회가 개최될때 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생계곤란 병역감면 처분대상이 되면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의 양이 만만치 않다 징병제 국가에서 병역의무의 예외를 결정하는 과정이 간단치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히 생계곤란 병역감면처분 심의대상이 되면 의무자의 생활형편을 조명할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작업시간이 길고 한 건 한 건에 대한 자료의 양 또한 방대하다.

은행자료 친인척관계자료 지인들의 진술서 생활비 내역 의무자의 집이나 생활근거지 등을 직접 방문하거나 처분에 영향을 끼치는 증인과의 인터뷰과정도 거쳐야한다.

이런 길고 복잡한 처리과정 때문에 사전에 생계처분 대상이 되는 지 여부를 판단하는 절차가 중요하다 때문에 담당직원들은 하루 종일 전화로 혹은 방문상담을 통해 생계처리 대상에 포함되는 지 여부를 먼저 가늠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 부유한 과정에서 나고 자라 지금까지 남부러울 것 없이 살아왔으나 부모님의 갑작스런 사업 실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지금은 감면요건에 해당되지 않으나 앞으로 어려움이 예상되니 자신의 특수한 경우를 심의위원회에서 살펴 달라는 내용이었다.

열심히 일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나가겠다는 의지보다는 병역의무 면제가 더 간절해 보여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런가하면 부모 모두가 장애인이고 재산 수입 등도 없어 실질적으로 병역감면처분을 받아야할 대상임에도 남들처럼 자신의 아들도 당당히 병역의무를 마치기를 바란다 면서 굳이 감면처분을 원하지 않는 부모님들도 있었다.

생계곤란 병역감면 처분을 원하는 심정은 단지 병역회피를 위한 것만이 아닐 수도 있다 남의 암보다는 자기의 감기가 더 크게 느껴진다는 얘기도 있는 걸 보면 자기 것만 보는 좁은 안목에서 나온 견해일 수도 있다.

로마의 건국 서사시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드‘에는 로마제국의 정신을 상징하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트로이 유민을 이끌고 로마에 정착하기까지 무수한 전쟁을 치른 아이네이드가 전장에 나가며 아들에게 들려줬다는 말, <아들아 용기와 진정한 노고는 나에게서 배우고 행운은 다른 사람에게서 배워라>.

특별한 행운보다는 어둡고 두려운 환경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 목표를 이루어내기 위한 땀과 노고가 훨씬 값진 것임을 가르쳐 주는 대목이다 훗날 대 로마제국의 역사는 이런 정신에 터 잡고 있음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남보다 쉽고 편한 길을 찾는 약삭빠른 사람보다 “진정한 노고”의 가치를 믿고 우직하게 느린 걸음으로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 이런 사람이 늘어날 때 개인과 사회는 건강해지고 진정한 풍요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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