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관수 칼럼] 일본 대지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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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관수 칼럼] 일본 대지진의 교훈
  • 임관수 논설위원
  • 승인 2011.03.2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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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은 지구의 자전축을 10cm이동하고 일본열도가 2.4m나 이동했으며, 하루의 길이를 천만분의 16초 정도 짧아지게 만들었다.

쓰나미를 동반한 이 지진의 피해규모는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았으나 인명손실만도 10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재산상의 피해는 집계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러한 재앙을 겪는 일본인의 자세가 침착하다는 언론의 찬사가 눈길을 끈다.

그리고 배용준의 10억을 기폭제로 하여 한류 연예인들의 피해복구 성금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1923년 관동 대지진이 났을 때 14만명이 죽었고, 이 때 일본인들은 한국인들이 우물에 독약을 탄다는 유언비어에 분노하여 6,000여명의 한국인이 학살을 당했다.

학살이라는 말은 결국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여기저기서 일본인들에게 보이는대로 맞아죽었다는 얘기이다(유언비어 유포가 죄가 되지 않는 한국인들이니까 그 정도는 이해해야한다).

이번 지진 초기에 한국인들이 이번 지진을 반긴다는 등 유언비어를 통해 일본의 반한 감정이 나타날 조짐이 보였고, 한 목사님이 이번 쓰나미는 일본인들이 하느님을 믿지 않아서 받은 경고라고 말을 해서 일본인을 자극할 수 있었던 아찔한 순간도 있었으나 한류 연예인들 덕에 이런 유언비어는 사라졌다.

우려했던 반한감정은 친한감정으로 바뀌어 영국의 언론은 지진을 통해 전통적인 한일의 국민감정이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번에는 관동 대지진과 같은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일단 불행중 다행이다.

이번 지진은 구체적인 지명을 딴 사천성 지진이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진들 전통적인 지명을 딴 지진 명칭이 아니라 일본 대지진이라고 불리워질 정도로 지진의 영향 범위가 넓었다. 지진해일의 어원 쓰나미가 일본어라는 이름값을 하듯 지진해일의 피해도 상상을 초월했다.

쓰나미를 소재로 한 영화보다 더욱 처참한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지연재해는 자연 앞에 인간이 얼마나 초라한 것인가를 느끼게 해주면서 그동안 우리가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자연보호”가 얼마나 오만한 발상이었는가를 알려주었다. 자연은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경외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자연재해보다 무서운 것이 후쿠시마 원전의 피해였다. 현대 인류가 당면한 세가지 문제로 식량문제(인구문제),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부족, 환경오염을 들 수 있다. 이중 원유가 없는 나라로서 원자력 발전을 하는 것은 필요악이다.

원전에서는 사고가 날 수 있고, 일단 사고가 나면 재앙의 수준이지만 결국 원자력발전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일본이나 우리나라의 숙명이다. 특히 지진에 약한 일본이 원자력 발전을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에너지문제의 급박함을 시사해준다.

따라서 원전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안전성을 추구한다. 그런 관점에서 후쿠시마원전은 진도 7.5에도 견디게 설계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번 원전은 진도 9에도 버텼다. 현재 원전의 피해의 주된 원인은 지진이 아니라 쓰나미로 추정된다. 그러나 쓰나미에 대해서는 고작 10m의 쓰나미만을 대비했다.

설계시에 지진 가능성은 있으나 지진 쓰나미가 그렇게 크게 오겠느냐는 생각이 담겨있는 부분이다. 이번 원전의 참사는 자연이 인간의 상상력을 초월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문명이 불행의 원천이 될 수도 있다는 역설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러한 재해에 대해 인간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대비한다. 그러나 합리적인 것들은 인간이 알고 있는 지식만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아직 인간은 모르는 것들이 많다. 이번 원전의 피해는 인간이 알고 있는 지식이 얼마나 보잘 것이 없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서부영화의 주인공 존 웨인이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 수잔 헤이워드도 원폭실험을 한 유타주에서 촬영을 하다가 방사능에 노출되어 암에 걸려 죽었다. 당시 영화감독도 암으로 죽었다. 그들이 방사능 피폭가능성이나 위험성을 알고 있었을까?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죽고 난 뒤에야 사람들이 안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피해도 마찬가지이다. 상상을 초월한 사태를 몰고 올 수도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텔레비전에서 우리에게는 방사능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속단하고 있다. 이것 역시 합리적인 지식의 오만이다. 인간이 자연 앞에 오만할 때 얼마나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지 이번 대지진이 알려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편서풍이 불어서 안전하다느니, 후쿠시마로부터 1000km떨어져 있어서 안전하다느니 하고 말하고 있지만, 영국에서는 후쿠시마 원전의 최대 피해국이 한국과 중국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진이나 쓰나미보다 무서운 이번 사고는 세계가 공동운명체임을 일깨워주었다. 사고 초기에 미국에서 도와주겠다고 했으나 일본이 거부를 했고, 그 결과 피해가 커졌다. 그러자 미국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의 영향으로 미국이 영향을 받을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결국 480명의 미국 전문가들이 투입되면서 사태는 해결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하나의 사고는 한 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선례를 보여준 것이다.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서방세계의 리비아 독재자인 카다피에 대한 공격이 이루어졌다. 예전 같으면 내정간섭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세계가 하나로 한 나라의 문제는 방사능처럼 서로 영향을 주며 상대국의 문제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이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 유엔이 인류의 공동선인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된 것이다. 일본대지진과 쓰나미는 커다란 사건이었다. 지축을 움직이고 시간을 바꾸어 놓을 정도로. 이제 그 사건은 인문, 사회과학에도 영향을 주어 새로운 세계관과 인생관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임관수 논설위원.
그리고 그 방향은 자국의 이익이 아니라 인류의 공동선을 위해 세계가 협력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다. 북한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울이 불바다가 되면 평양은 물을 마실 수도 없고 북한 주민들은 방사능 낙진으로 암에 걸리거나 기형아를 낳게 될 것임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자국민에 대한 억압이 전세계 주목을 받고 있으며, 그들은 방관자로 남지만은 않을 수 있음을 인식하여 인권과 경제문제 해결에 전력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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